
몇 해 전, 청각장애인 노점상 부부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서울 인사동에서 풀빵을 구워 파는 손병철씨 부부의 사연이었다.
손씨 부부는 종로구가 인사동의 거리 환경을 개선하면서 노점을 주변의 특화거리로 옮기라고 강제하는 바람에 14년째 일해 왔던 자리를 잃게 되었다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손씨는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가 면담하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근처에서 발이 묶여야 했다. 청와대는 장애인 부부 따위가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청와대 문턱은 턱없이 높았다.
손씨는 별 수 없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장소로 옮기면 수입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며 “그러면 가정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하소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장애인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었다. “장애인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장애인은 집을 얻기도 힘들었다. 청각장애인이 ‘수화’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니까, 서울 강남의 부동산 임대업자가 계약서 작성을 기피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 대책은 이런 수준에 불과했다. 말로만 장애인 대책을 외치고 있을 뿐이다.
고용노동부의 며칠 전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299인 사업장의 지난해 고용 의무 이행률은 51.8%였으나 ▲300∼499인 사업장은 35.7% ▲500∼999인은 30.4% ▲1000인 이상은 21.4% ▲대기업집단 사업장은 19.2%에 불과했다.
장애인의 월평균 임금은 178만 원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 242만3천 원의 73.4%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여성 장애인의 임금은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작년 11월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 실적이 현저하게 낮은 국가·자치단체 9곳, 공공기관 23곳, 민간기업 507곳 등 539곳의 명단을 발표했었다. 국가·자치단체에서는 국회와 서울·부산·인천·세종 등 교육청 8곳이 포함되고 있었다. 중소기업연구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공공기관도 장애인 고용을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장자’에 지리소(支離疏)라는 장애인 이야기가 나온다. 외모가 대단히 볼품없는 장애인이다.
“지리소의 턱은 배꼽 아래 감춰져 있고, 어깨가 머리보다 높았다. 상투는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오장육부가 위쪽에 붙어 있었고, 두 다리는 옆구리에 닿아 있었다.”
이런 심각한 ‘중증 장애인’인데도 지리소는 바느질을 해서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주위에서도 도움을 줬다.
지리소는 사람들이 흘려준 곡식을 키질해서 쌀을 골랐다. 그것으로 10식구를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나라에서는 병역을 면제해줬고 노역에도 끌려가지 않았다. 나라에서 장애인을 위해 곡식을 나눠줄 때는 ‘상당한 곡식과 10다발의 땔나무’도 받았다.
그 덕분에 “장애인이지만 자신의 생계를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猶足以養其身), 타고난 천명을 누릴 수 있었다(終其天年)”고 했다. ‘장자 시대’의 장애인 대책이 오늘날의 대한민국보다 훨씬 좋았던 것이다.
20일은 또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장애인을 위한 '연례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그렇지만 장애인에게는 도움 될 게 ‘별로’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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