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성숙 아직 멀었다.

산업 / 이정현 / 2006-06-30 00:00:00
회삿돈으로 생색내기 많아…사회적 비난 무마시키기 위해

한국의 기부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기업마다 경쟁적으로 수백억, 수천억원을 내놓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04년 모금총액은 3천4백30억원으로 2001년 1천9백20억원보다 78.7%가량 늘었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에만 8천억원과 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계획을 내놓았다.
대가로 뭔가를 바라는 ‘거러의 냄새가 짙기 때문에 기업의 기부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업은 기부금이 손비처리되기 때문에 세금을 그만큼 덜 내도 된다. 심지어 ‘헌법 위의 정서법’이라는 미명하에 기업이나 개인비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고 있다.

선진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의 사회공헌 동기에 대해 응답자들은 ‘법적 처벌을 면제받기 위해’(34.7%), ‘회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29.9%) 등의 답변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기업 이미지도 현대차의 경우 ‘좋아졌다’(15%)보다 ‘나빠졌다(18.3%)’는 의견이 더 많았다. 회사차원에서 이뤄지는 기부가 오히려 생색만 낸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자선단체에 개인 자산을 기부한 사회지도층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 최대 복지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2004년 익명을 요구한 보험사 회장이 낸 5천만원과 국민은행 김정태 전 행장의 5천만원이 고작이다.

아름다운재단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2003년 태평양 서성환 회장의 작고 이후 기부한 주식 50억여원이 유일한 사례이고 굿네이버스 진대제 전 장관과 한국복지재단의 의류업체인 베이직하우스 우한곤 회장이 불우학생을 후원하는 정도였다.

'한국의 록펠러'로 불리는 삼영그룹 이종환 회장이 1999년 사재 3천억원을 들여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을 만들고, 매년 우수인재들에게 1백5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삼성전자는 2004년 1천7백40억원을 기부해 국내 1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기업 사장이나 재벌총수 개인의 돈이 아닌 회사 수익금을 기부한 것이다.

아름다운재단 1%팀 한태윤 팀장은 “선진국은 개인 기부가 70%라면 우리나라는 기업 기부가 70%로 비중이 높다” 며 “기업에 비해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사회공헌연구소 박종규 소장은 “사회지도층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의 개인 자산 기부가 늘어야 일반인들의 기부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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