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 맞는 금융정책

산업 / 이정선 / 2018-04-13 08:48:50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이정선 기자]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의 최고금리를 연 20%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중금리 대출의 평균금리는 18%에서 16.5%로 낮추겠다고 했다.

‘금리’ 발표는 더 있었다. 대출금을 연체했을 때 많게는 20% 포인트 넘게 붙이던 금융회사의 가산금리를 최고 3% 포인트까지만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은행은 6∼9% 포인트, 보험회사는 10% 포인트 안팎, 카드회사 등은 22% 포인트에 달했던 가산금리를 내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이 같은 발표를 했는데, 불과 일주일 뒤에 은행연합회가 같은 내용을 또 내놓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이같이 가산금리를 내림에 따라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은 연간 536억 원, 기업대출을 받은 법인은 1408억 원 등 모두 1944억 원의 연체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빚 많은 서민과 중소기업 등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자 부담이 줄어들게 생겼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따져볼 게 있다.

정부는 벌써 30년 전인 1980년대 말에 ‘금리 자유화’를 단행했다. ‘돈값’인 금리를 은행들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모두 자유화했지만, 주로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은행이 신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정부는 그러면서 통화 공급을 엄청나게 늘렸다. 돈을 많이 풀어서 ‘돈값’인 실세금리를 누르려고 한 것이다. 그렇지만 ‘돈값’은 정부의 기대처럼 떨어져주지 않았다.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았고, 예금금리도 ‘가진 자’들이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고금리를 찾아다니는 바람에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1990년대 들어 ‘금리 자유화’를 다시 추진해야 했다. ‘4단계 금리 자유화 추진 정책’이었다. 1980년대의 정책 실패를 교훈 삼아 ‘4단계’로 나눠 단계적으로 금리를 자유화한 것이다.

이렇게 2번, ‘4단계’까지 합치면 5번이나 자유화된 금리를 금융당국이 흔들고 있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유화한 금리에 ‘상한선’을 매기고 있다.

하기는 이명박 정부 때도 금리 자유화는 무시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계열 캐피탈의 대출 이자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면서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낮추겠다고 한 ‘중금리 대출’은 박근혜 정부 때 만든 것이다. ‘중금리’ 사잇돌 대출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자유화된 금리에 손을 대고 있었다.

정부마다 이렇게 금리체계를 건드리는 바람에 적지 않은 경비와 인력을 들였던 1980∼90년대의 금리 자유화는 하나마나한 정책이 되고 만 셈이다.

게다가 앞뒤가 잘 맞지도 않고 있다. 이자의 ‘상한선’을 낮추면 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이자가 낮으니까 대출자들이 돈을 더 빌리려 하는 것이다. 이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라는 것을 만들며 대출을 억제하는 정책과 어긋나고 있다.

또, 은행연합회는 이번 가산금리 제한에 따라 국민의 연체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를 거꾸로 보면 은행의 이익이 그만큼 적어지는 게 될 수 있다. 은행 수지가 나빠지는 것이다. 그때는 은행 수지 개선 대책이라도 내놓을 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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