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대책 사실상 없다”

산업 / 전성운 / 2012-04-27 17:06:17
농림부 “광우병 발생해도 ‘수입중단’ 못해”

지난 24일 미 캘리포니아주의 젖소 한 마리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6년만에 처음이며 통산 4번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당분간 국내 유통을 금지하는 검역중단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미국과 맺은 쇠고기 수입 위생검역조건에는 현지 광우병 발생에 따른 '검역 중단' 조치가 명문화 돼 있지 않아 일방적으로 검역을 중단할 경우 자칫 미국과 통상마찰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인홍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25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젖소 1마리에서 소해면상뇌증(BSE)가 확인돼 미국에 상세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며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과도하게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을) 조치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맺은 쇠고기 수입 위생검역조건에는 검역을 중단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의 광우병 통제지위를 하향할 경우에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는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했지만 광우병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 해 5월 한 차례 더 추가협상을 벌였지만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하지 못했다.


농림부는 미국에 요청한 자료가 도착하면 조사단을 꾸려 미국 현지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 조치가 내려지려면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25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 정육코너에 미국산 쇠고기를 한시적으로 판매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정부 대응 답답해”
광우병소 소식이 전해지자 쇠고기 판매업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비중이 크지 않아 무리는 없다”는 반응이지만,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는 불안한게 사실”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오후 일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미국산 수입 쇠고기 제품에 대한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유명 백화점 정육코너는 지나가는 손님이 한명도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수입육 코너 담당자는 “오늘 새벽 뉴스를 들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수입육 코너를 없앴다”며 “과거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있었을지 몰라도 백화점은 호주산 정도만 판매하고 미국산은 놓지 않았다”며 “3대 유명 백화점은 비슷한 상황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서울 청량리 한 대형마트 정육 코너에도 수입육은 호주산만 남아 있고 미국산은 찾을 수 없었다. 정육코너 직원은 “오늘 아침에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철수했다”며 “미국산 쇠고기는 평소 판매 비율이 적다보니 미국의 광우병 소식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은 “불안한게 사실”이라며 미국산 쇠고기를 외면했다. 장을 보러 나온 한 부부는 “우리는 버린 세대라고 치부하지만 아이들 걱정이 앞선다”며 “웬만하면 호주산을 사 먹이려고 하지만 경제적으로 미국산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가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지 않아도 아이들은 급식이나 식당에서 먹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라며 “정답은 정부 당국에서 철저히 광우병 쇠고기를 막아주는 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소비자도 “원래 수입육을 먹으면서도 찜찜했는데 미국산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됐다니 기분 때문에라도 수입산 쇠고기는 먹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는 축산 도·소매업자들은 매출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정육점 주인은 “평소 미국산 쇠고기를 사가던 손님들도 한우나 호주산을 찾는다”며 “매출에 미국산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오늘만 해도 매출의 50% 가량이 감소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가 없다고 할 수도 권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앞으로 매출이 30%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늑장 대응이 답답하고 하루 빨리 결론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광우병 소식이 알려진 지난 25일 일부 유통업체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함에 따라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미국산 쇠고기를 전 매장에서 철수 조치한 것을 철회하고 판매를 재개키로 결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광우병 쇠고기가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 중단’이 아닌 ‘검역 강화’로 결정함에 따라 (25일) 오후 7시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