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늘리면서 줄이는 정책

산업 / 여용준 / 2018-04-12 09:51:01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어떤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 건설회사만 돈 버는 게 아니다. 덩달아 돈 벌 수 있는 업종이 적지 않다.

시멘트와 철근, 판유리, 목재, 가구, 제지업종 등이다. 섬유, 전기전자,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주방용품, 심지어는 골동품업자 등도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중소·영세업자에게도 일감이 돌아갈 수 있다. 부동산소개업, 청소용역업, 조경업, 이삿짐센터, 인테리어업자 등이다.

아파트 건설은 이렇게 많은 분야에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 경기는 일반 경기를 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동산 경기가 좋으면 서민들 주머니사정도 괜찮아질 수 있다.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돈이 돌게 되기 때문이다.

또, 돈이 돌면 서민들이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그러면 내수 경기가 풀릴 수 있다. 역대 정부마다 키우겠다던 서비스산업도 좋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서민들에게 돈이 돌면 오그라든 중산층도 회복될 수 있다. 회복까지는 어려워도 145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조금씩이라도 갚아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죽으면 당연히 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중소·영세업자들을 포함한 여러 업종이 위축될 수 있다. 일자리 역시 줄어들 것이다. 서민들 주머니도 마르게 된다. 집이 팔리지 않아서 싸게 내놓아도 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다를 것 없다. 대형 교량 한 개를 설치할 경우에도 일자리가 적지 않게 생기고 자재 시멘트와 철근 등 납품업체들이 돈을 벌 수 있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줄이고,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값을 누르고 있다. 그 효과는 고용 부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폭이 2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그쳤다고 했다.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건설업 일자리 감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1분기에 월 8만9000~16만7000명을 나타냈던 건설업 취업자 증가폭이 올해 1분기에는 9만9000~4만4000명으로 악화되었다고 했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31만7000개 가운데 건설업이 3분의 1이나 되는 11만 개에 달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가을 “건설이 곧 복지이고 일자리”라며 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에 반대했었다. “사회간접자본에 1조 원을 투자하면 1만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와 함께 철물점, 식당, 소형마트 등의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호소했었다.

건설경기가 좋아져서 일자리가 올해도 작년 수준만큼 늘어난다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에 덜 매달려도 될 수 있었을 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늘리는 기업을 업어주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다.

그러면서도 고용효과가 큰 건설업 일자리가 위축되는 것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는 게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책이 한쪽으로는 일자리를 늘리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줄이는 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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