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소떼’가 된 ‘환율’

산업 / 전성운 / 2012-04-20 15:45:56
환율 변동성, G20 중 네 번째로 낮은 수준
▲ 지난 18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

“2~3월 원·달러 환율이 박스권에서 맴돌면서 소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금 올랐다가, 조금 내리는 식으로 방향성을 상실하다보니 외환 딜러들은 미칠 지경입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의 말처럼 올해 들어 서울 외환시장은 잠잠하다. 지난해 환율 변동성 확대의 주요 원인이었던 유럽 국가채무문제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탓이다. 등락을 거듭하는 증권시장과 다르게 원·달러 환율은 1120~1140원 박스권에 갇혀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환율 변동성도 줄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올해 1분기 0.35%로 2007년 4분기(0.2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요 20개국(G20) 15개 통화 중에서는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환율은 하락하겠지만 4월까지는 스페인 국채 만기 우려와 북한 리스크 등으로 인해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환율의 방향성을 드라이브하는 것은 스페인인데 이달 2년, 10년 국채 입찰이 남아 있어 아직까지는 안심하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하락세가 유효하지만 4월까지는 위쪽 방향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켓 발사 이후 북한 영향력은 점차 소멸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스페인과 북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 기미를 보인다면 5월부터는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가 6%대를 기록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500bp를 상회하면서 1140.5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18일 스페인 우려가 다소 잦아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 전망을 상향하면서 환율은 다시 1130원대로 내려앉았다.


고규연 외환은행 선임 딜러는 “아랫쪽으로는 1125원이 탄탄한 지지선이고, 위쪽은 1140~1145원이 저항선이다. 사실상 위도 아래도 막혀 있는 분위기”라며 “향후 1125~1145원의 좁은 범위 내에서 환율이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페인 우려가 가중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실시한 2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이후 실효성이 의심을 받는 상황이어서 유로존 이벤트에 주목해야 한다”며 “1100원이 먼저냐, 1150원을 먼저 뚫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물가에 대한 염려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융위기 직전 환율 변동성이 저점을 찍고 이후 급등했다가 안정화되는 흐름이지만 여전히 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환율이 점차 안정화되는 과정이지만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 재정문제 때문에 중간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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