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술유출, 4년간 72건 90兆 피해

산업 / 김준성 / 2006-10-13 00:00:00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오류 기술유출 부채질

지난 4년간 해외 기술유출 적발사례는 70여건으로 90조원에 달하는 피해규모가 2004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상 오류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유출 사례는 주로 전기전자와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발생했다.

올들어서는 지난 1월 삼성전자의 퇴직 연구원이 중국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TFT-LCD 컬러필터 제조기술을 유출했다.

3월에는 컨설팅사가 삼성전자 연구원과 공모해 첨단휴대폰 제조기술을 카자흐스탄으로 빼돌렸다.

또 7월에는 중소기업 임원과 대학교수가 공모해 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 했고, OLED 제조사 전직 직원이 퇴사하면서 공정설계도면 등을 가로챘다.

실제로 국정원 산업기밀 보호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유출사건은 72건이지만 벌금형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이건주 첨단범죄수사부장은 "해석상 문제가 많아 개정된 2004년 1월 20일 이후의 범행에 대해서는 한번도 벌금형으로 처벌한 사례가 없었다"며 "결국 강하게 처벌하려고 했다가 실제로는 전혀 처벌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유출이 적발되더라도 예전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던 반면 기술을 빼내는 데 성공할 경우 대박을 터뜨릴수 있었기 때문에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2년동안 기술유출로 기소돼 1심 재판이 끝난 268명중 실형선고 비율은 7.8%에 그쳐 일반 형사사건 실형 선고율 30%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특히 2004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은 오히려 산업스파이 활동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개정안은 1999년 대법원 판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개정작업을 추진했던 것이 결국 국가적 낭비를 유도했던 원인으로 작용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던 조항을 기술유출로 얻은 재산상 이득액의 최고 10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당시 삼성전자의 64메가디램 기술유출사건에서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기술을 빼냈지만 이 기술로 얼마만큼의 이득을 얻었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허술한 법개정으로 상대방 회사 직원을 매수해 기술을 빼내 이익을 본 업체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징역형이 가혹하다고 판단될 경우, 벌금형으로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처벌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재 정부차원의 법개정 움직임은 미온적 상태이다. 지난해 6월 이후 4건의 부정경쟁 방지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상정돼 상임위인 산업자원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앞서 지적한 문제점을 보완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최고 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제출해 주목을 끌었다.

이 법안에 대해 법무부와 대법원, 관련부처인 특허청은 각각 의견을 개진했다.

법무부는 법인에 대해 최고 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나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현행처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은 "기술유출 사범에 대해 보다 엄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시급히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이건주 수사부장은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문제점이 아마 의원입법 형태로 개정안이 올라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조속히 법을 개정해 영업비밀 유출사범을 합리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실무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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