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자기부담금도 인상?

산업 / 전성운 / 2012-04-02 10:43:40
시한폭탄 된 ‘실손보험료 갱신’

의료실비보험 갱신보험료 인상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폭탄”이라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손보사들이 2009년 ‘자기부담금’이 생기기 이전 절판마케팅으로 판매한 상품들이 대거 인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이 절판마케팅으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손해율’을 핑계로 자기부담금과 보험료를 인상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손보사들은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급급 실적 올리기 경쟁에 몰입해 현재의 높은 손해율을 초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및 각 보험사 담당자들을 불러 실손 의료보험의 자기부담금을 기존의 10%에서 더 높이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수년째 100%를 넘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을 압박하는 한편,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보험료 인상보다 자기부담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보험료 인상이 예고된 상황 속에서 자기부담금까지 인상하는 것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판매에 급급해 생긴 손실을 보험료 인상과 자기부담금 인상으로 ‘때우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경영 실책을 소비자에게 전가”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23일 “손보업계가 실손 의료보험의 손해율 증가를 빌미로 보험료를 대폭적으로 과도하게 인상하려고 하는 것은 경영 실책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라고 밝혔다.


금소연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지난 2008년부터 100% 전액보장의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해왔으나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2009년 정부 주도로 10%의 자기 부담금을 책정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20% 자기부담금으로 실손보험을 판매하다, 2009년 9월 이후부터 생·손보 통합실손 정책에 따라 똑같이 실손 의료 보장을 90%로 맞추면서 가입자들이 진료비의 10%를 부담하게 됐다.


문제는 손보사들의 2008년부터 실손보험 손해율이 100%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부담금 도입 직전 손보사들은 ‘100%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등 무리 절판 마케팅과 낮은 보험료로 계약 인수 등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급급해 실적 올리기 경쟁에 몰입했다.


금소연은 “고객을 유혹하여 끌어들이기 위해 초기 신계약 보험료는 낮게 책정하여 가입시킨 후 갱신 시 ‘손해율이 높다’면서 40~100%이상 대폭적인 보험료 인상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이기욱 정책개발팀장은 “손보사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한 손해는 보험료 인상이라는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이런 보험사의 잘못된 행태와 관행이 근절되도록 집중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손해율 100% 넘어 보험료 인상 불가피”
금소연 “절판마케팅·부실판매 등 과다경쟁때문”
정부, 건보재정 악화 주범으로 실손 보험 지목


◇ 문제는 ‘건보재정’
그러나 금융당국이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상을 눈감아주고 오히려 자기부담금 인상을 논의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건강보험재정’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과잉진료를 조장하는 실손보험을 재정악화의 원인으로 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 모색에 나선것이다.


지난 26일자 <한국금융>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기준 거둬들인 총 건강보험료는 32조 9221억원이지만 보험급여로 지급된 금액은 35조 8302억원으로 무려 2조 9081억원이나 차이가 났다. 2010년 역시 보험료와 보험급여로 지급된 금액이 5조 2916억원의 차이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투입된 정부지원금도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 재정적자로 인한 국고지원금 및 총 지원금은 2011년엔 5조 361억원, 2010년에는 4조 8614억원에 달했다.


건보공단은 “재정적자는 2010년에 1조 3000억원에서 2018년엔 10조원으로 약 10배 증가할 것”이라며 “2030년에는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금융>은 “매년 급증하는 노인인구 및 의료서비스 수요까지 고려하면 실제 적자폭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건보료율 인상과 함께 감기와 같이 가벼운 질환으로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경우 본인부담률이나 약제비 부담을 높이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진료비에 대한 자기부담금이 크지 않아 가입자들이 무분별하게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판단,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자기부담비율이 증가하면, 과잉진료를 막아 손해율이 떨어지고 이에 따른 보험료 인하 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치에 대해 손보업계도 달갑지만은 않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을 높일 경우 점차 실손보험에 대한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보험사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도 “실손보험 손해율의 근본적인 하락을 위해서는 언더라이팅 강화, 우량물건 인수와 손해율이 우량한 담보인 위험보험료를 많이 유치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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