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CB증여수사 가속화

산업 / 송현섭 / 2006-10-08 00:00:00
이건희 회장 10월말 소환예정

7년간 지루하게 끌어오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학수 부회장이 지난 28일 검찰에 소환돼 6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으며 10월말경 핵심인물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게 되면 CB를 넘겨받은 이재용 상무를 비롯한 이 회장 자녀들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검찰은 지난번에도 이 회장 소환조사를 시도했지만 증거부족으로 인해 한 차례 수모를 당한 터라 충분한 증거를 확보,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관련,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소환이 임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빠르면 10월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항소심공판이 오는 11월2일로 예정돼 CB 실권주를 이 회장의 장남 재용 씨 등 4남매에 넘기는 과정에서 그룹차원 개입증거를 법정에 제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이 개입한 단서나 정황을 확보하는 한편 지난 28일 소환 조사한 이학수 부회장을 추석연휴 이후 2차례 더 소환해 의혹들을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이학수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20%정도 진척됐고 향후 2차례 더 조사할 것”이라며 “소환조사도 처음이 부르기 어렵지 2∼3번은 오히려 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조사를 앞두고 여러 가지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속수사 원칙에 맞도록 빠른 시일 안에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검찰은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 삼성그룹 차원의 CB 편법증여관련 의혹을 추궁한 뒤 곧바로 이건희 회장을 소환, 조사를 진행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검찰이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이학수 부회장을 전격 조사한 것은 이 회장 소환을 앞둔 준비가 마무리단계에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는 이 회장과 그룹 비서실이 경영승계를 위해 에버랜드 CB발행과 대주주 실권, 이재용 씨 등의 CB 저가매입, 주식전환을 총체적으로 지시한 증거가 확보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검찰 관계자는 “모든 국민이 이건희 회장이 지시했다고 여기는데 입증을 못하면 이상한 것 아니냐”고 언급, 이 회장의 직접 지시에 대한 증거자료를 이미 확보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재용 씨 소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수사과정상 핵심인물이 아니며 당시 미국에 체류한 만큼 의혹을 부인할 것이 뻔해 소환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학수 부회장을 지난 28일 소환, 비서실의 개입과 이건희 회장의 지시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이 부회장은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에서 지난 1996년 에버랜드 대주주가 실권하는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조사를 진행한 후 9시쯤 귀가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검찰은 당시 그룹 비서실의 실무책임자였던 이학수 부회장이 에버랜드 CB발행 및 인수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고, 그룹 비서실 개입여부 등을 추궁해오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996년 11월 재용 씨 4남매의 CB인수 당시 그룹회장 비서실 차장을 지냈고 1997년 삼성물산 현명관 前회장의 뒤를 이어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증거불충분으로 이건희 회장 소환조사에 실패했던 검찰은 그룹 실무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비서실을 비롯한 그룹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그룹은 검찰이 향후 이학수 부회장을 추가로 2차례 소환한 다음 곧바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이건희 회장의 소환을 대비하는 한편, 실무차원에서 에버랜드 CB수사와 국정감사일정과 관련 검찰·정치권 인사들에 대해 접촉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법원에서 증거부족을 이유로 수모를 당한 바 있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만큼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대응논리의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단 검찰이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 조사할 내용이 상당히 많은데다가 수사상황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회장의 소환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인사는 “에버랜드 CB 편법증여수사는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채 이 회장에 대한 소환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수사상황 등을 감안하면 궁극적으로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수사전개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버랜드 CB증여사건의 발단은 회사 이사회가 지난 1996년 10월 CB 발행을 결의해 2개월 뒤 CB 125만4,000여주를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 씨 4남매에게 배정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당시 주당 최소 8만5,000원대로 평가되던 에버랜드 CB를 주당 7,700원에 넘겨 저가매입 의혹이 제기됐으며 이후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해버렸다.

따라서 이재용 씨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등극해 20.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으며 에버랜드가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고리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삼성그룹 경영권도 넘어갔다. 이 와중에서 지난 1996년 11월 제일제당을 제외한 에버랜드의 다른 주주들이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했고 이 부분에 그룹차원의 압력행사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지난 2000년 6월 국내 법학교수 43명이 재벌 3세인 이재용 씨에게 경영권을 넘기려고 이건희 회장과 그룹임원들이 공모, CB를 발행한 것이라며 관계자 총 33명을 고발했다. 결국 이재용 씨 4남매가 주당 8만5,000원선이던 전환사채 125만주를 주당 7,700원의 헐값에 인수하면서 에버랜드에 대해 97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사건의 핵심요지이다.

이밖에 밴플리트상 수상을 위해 지난 13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건희 회장은 추석연휴 전후로 입국의사를 밝혀 당초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 10월중 검찰 소환요구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유럽에 체류중인 이 회장은 영국 런던에 소재한 삼성전자 유럽법인을 방문해 유럽지역 판매현황을 보고 받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회장은 유럽에서 지인과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으며 유럽현지에서 방문일정이 완료되는 대로 추석연휴 직후에 귀국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 유럽지역본사가 위치한 런던에서는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수뇌부가 오는 10월19일 현지에 집결, 유럽 TV시장 공략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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