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노발대발한 이유

산업 / 여용준 / 2018-04-10 15:05:19
'신경영 선포' 이후 세계 1위 등극…우위 계속 지켜나갈 것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회장이던 1993년 미국 출장을 갔을 때였다.

이 회장은 LA의 백화점과 상가 전자 매장을 둘러보다가 충격을 받았다. 매장의 진열대를 아무리 살펴봐도 '삼성 제품'은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점포에서는 아예 기가 막혔다. "삼성TV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매장 직원이 여기저기를 뒤지더니 한참 뒤에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물건 하나를 내놓고 있었다.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먼지가 쌓인 삼성TV였다. 직원은 먼지를 털어 내면서 "찾는 사람이 없어서 매장 한구석에 쌓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었다.

이 회장은 숙소로 돌아와 서울 그룹 비서실에 "관련 임원들을 LA로 보내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전자·시계·항공 등 관련 기업 임원 23명이 영문도 모른 채 부랴부랴 날아왔다. 이 회장은 그들에게 "지금부터 밖에 나가서 여러분들이 만든 제품을 하나씩 사 와라"고 지시했다.

전자의 한 사업 본부장은 LA 시내를 아무리 뒤져도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 별 수 없이 서울로 전화를 걸어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는가" 물었다. LA에서 조금 떨어진 조그만 도시에 가면 있을 것이라는 부하 직원의 얘기를 들은 본부장은 그곳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허탕이었다. 결국 본부장은 '자기가 만든 제품'을 이 회장 앞에 내놓을 수 없었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무려 8시간 30분 동안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질타했다.

"여러분이 만든 제품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직접 확인했을 것이다. 나는 해외에 나와 돌아다닐 때 하루에도 서너 번씩 등골에 식은땀이 흐를 만큼 위기감을 느낀다. 위기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지만 모두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이 '사건' 이후 나온 것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 회장의 신경영 선포였다. 이후 10년만인 2003년, 삼성전자는 플래시메모리 부문 점유율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게 된다. 2007년에 세계 최초로 30나노 64G 낸드 플래시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2011년에는 20나노 SSD 830 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다.

반도체 부문이 이처럼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연이어 수립해왔지만 2012년 이후 삼성전자를 우뚝 서게 한 제품은 스마트폰이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쿼드코어 AP를 탑재한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로 처음 글로벌 휴대전화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현재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6년까지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았던 IM(IT·Mobile)부문은 그 해 3분기 이후 역전하게 된다. 당시 갤럭시노트7의 발화로 인한 단종으로 IM부문 영업이익이 1000억 원에 그치면서 큰 부진을 맛봤다.

그 사이 ‘슈퍼 싸이클’을 타기 시작한 반도체 부문은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분기 영업이익에서 IM부문을 추월하게 된다. IM부문은 2016년 4분기 영업이익 2조5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반도체 부문은 4조95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10조9000억 원, IM부문은 2조4200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에 디스플레이와 소비자가전의 부진으로 전체 영업실적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반도체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외에 TV와 모바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4년 소니와 공동출자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회사인 S-LCD를 설립했다. 2006년에는 TV사업 진출 후 처음으로 글로벌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초대형 TV 중 90% 이상이 삼성전자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QLED와 마이크로LED 투트랙 전략으로 초대형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이미 세계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경쟁회사인 애플에서도 지난해 아이폰X에 삼성전자의 OLED 패널을 적용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폴더블폰 개발 경쟁이 불 붙은 만큼 이 부문에서도 시장을 선점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내 폴더블폰 출시를 목표로 접히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폴더블 OLED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을 개발해 차별화를 지속하겠다”며 “폴더블폰 출시 등을 통해 프리미엄 경쟁 우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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