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 구직자에겐 ‘독’

산업 / 전성운 / 2012-03-26 11:24:16
기업·기관, 구직자 SNS 검열 ‘논란’

페이스북 사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9억명을 넘어설 정도로 SNS는 이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의 흐름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환경과는 별개로 세계경제는 위기가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기업들이 구직자의 SNS를 검열해 취업 당락을 결정하거나 취업 후에도 인사 담당자를 SNS 친구로 등록하도록 요구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엄연한 프라이버시 침해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필요한 구직자들은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지난 21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에서 통계 관련 일을 하는 저스틴 바셋씨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면접관으로부터 “페이스북에 로그인 해보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사생활 정보를 요구하는 회사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돌아 나왔다. AP통신은 “이러한 일이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구직자는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 흔한 일이 된 ‘구직자의 SNS 확인’
최근 미국 내에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는 것이 매우 일상화 되면서 인사담당자가 구직자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살펴보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그러나 많은 이용자들은 프로필을 비공개로 하거나 일부에게만 공개하고 있어 “미국 내 일부 기업과 정부기관들은 구직자의 신상을 캐기 위해 단순히 SNS상의 프로필을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선 사용자 접속까지 요구한다”는 것이다.


구직자의 패스워드를 요구하지 않는 기업들은 SNS의 ‘친구’ 명단에 인사담당자 추가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입사 후 “고용주에 관한 부정적인 말을 SNS에 올리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하기도 한다.


일리노이주 맥린 카운티의 경우 2006년 이후 치안담당 부서의 구직신청자에게 “SNS에 대한 카운티의 검사를 허용한다”는 서명을 요구해왔다. 담당자는 “구직자는 이 요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버지니아주 스포트실배니어 카운티 치안담당 부서도 911 구조대원이나 경찰 구직자에 대해 친구 추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직원의 SNS를 검열하는 것은 기관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했는지 알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사람들은 SNS를 통해 더 많은 인적 교류를 한다”며 “구직자의 신상에 대해 이웃보다 사이버상의 친구가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구직자에게 SNS 로그인을 요구하는 관행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리노이주와 메릴랜드주에서는 공공기관이 로그인 요구를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내용의 법안이 마련됐다.


美조지워싱턴대 오린 커 법학교수는 “(SNS 로그인을 요구하는 것은) 남의 집 열쇠를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연방검사를 지내기도 했던 그는 “이는 사생활에 대한 터무니없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 SNS, 국내에선 ‘취업 스펙’
이는 ‘미국’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취업 스펙’의 하나로 SNS 활동이 주목받게 되면서 기업들의 ‘SNS 검열’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대변되던 개인영역이 SNS로 확장되면서 더 손쉬운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구직자들이 취업 준비 과정에서 SNS에 새로 가입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이 구직자의 SNS에 들어가 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취업시장에선 흔하게 떠돈다.


한 구직자는 “예전에는 SNS에 정치적 성향이 나타나는 글이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편하게 썼는데 취업을 준비하며 새로 가입한 후엔 경제 뉴스 스크랩이나 운동과 각종 취미생활에 대한 사진과 글을 주로 게시한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의 공공연한 관행 ‘SNS 검열’
검열, 서약요구 등 “사생활에 대한 폭력”
“취업 후에도 검열 부담돼 SNS 그만둬”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력서에 SNS 주소 항목을 만들어 놓고 이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포털사이트들이 제공하는 ‘블로그’ 주소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에는 이러한 개인 목적의 사이트들을 주로 구직자의 온라인 활동 정도를 판단하거나 기업홍보의 창구로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수집했다면, 현재는 SNS를 ‘사전검열’ 혹은 ‘사후검열’의 창구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 ‘직장’을 무기로 삼는 ‘폭력’
기업이나 기관이 구직자에 대해 SNS 검열을 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점에서 매우 큰 문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때문에 ‘자기검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생활 침해보다 더 심각하다.


당초 SNS는 ‘자기홍보’의 장으로도 각광 받았다.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경력과 보유 기술등을 SNS상에 게시하고 자신의 대인관계를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링크드인'과 같이 이것에 특화된 SNS도 있다.


한 상장기업 인사담당자는 “취업시장에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같은 자료만으로는 구직자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구직자의 SNS를 살펴보는 것은 평소 그의 행실과 언행을 통해 조직에 적합한 인물인지 판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매우 개인적인 목적’으로 SNS를 이용하며 이들은 ‘현실상의 친구’와 사이버 상에서 교류하기 위해 SNS를 활용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직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기업과 기관이 SNS를 검열한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자신이 이력서를 낸 직장에 다소 적대적인 견해를 가진 SNS 친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실패할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이 스크랩한 뉴스 중 해당 기업에 부정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실패할 수도 있다.


이는 취업 후에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인사담당자, 혹은 임원이 언제든 SNS를 살펴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SNS활용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선 “직장 상사나 임원의 친구 요청이 부담스러워 SNS 활동을 그만뒀다”는 답변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때문에 구직자는 해당 기업에 친화적이거나 혹은 취업에 도움이 될 것만 게시하는 매우 가식적인 SNS 활동을 갖거나, 혹은 SNS를 아예 하지 않는다고 말해 ‘대인관계가 부족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는 2가지 선택지중 하나를 강요당한다.


트위터 관련 저서로 유명한 챈들리 브라이언은 “구직자는 항상 자신의 SNS에 어떤 내용이 올라가 있는지 알아야 하며 누군가 그 사이트를 보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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