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거 큰일이야. 선거도 며칠 안 남았는데, 우리 당에 참신한 인물이 없다고 비난이 쇄도하고 있어요. 우리더러 그 나물에 그 밥이래요. 나는 밥이고 당신들은 다 나물이야. 시골나물.
- 아, 괜찮습니다. 우리 당만 그런가요. 저쪽 당도 사정은 비슷비슷한 거 같습니다.
- 어디 잘 알려진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이라도 끌어오면 어떻겠습니까. ‘스타급’으로요.
- 야, 안 돼! 종편방송 4사가 뜨고 나서 요새 연예인들이 얼마나 바빠졌는지 아나? 게다가 요즘 스포츠나 연예계나 스타다 하면 다 글로벌 스타들인데, 빅뱅, 소녀시대 이런 참신한 아이들이 우리 노인네들이랑 놀려고 하겠어? 박지성 박찬호 박세리 3박이 이 답답한 여의도에 오라고 하면 오겠어요? 히딩크나 빌 게이츠가 오겠어요?
- 학자나 종교인은 어떻겠습니까?
- 야, 안 돼! 학자들은 너무 똑똑해서 우리가 감당 못하고, 종교인은 법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 많아서 골치 아파. 아, 이거 정말 고민이네 이거. 자, 빨리빨리 지망자 면접이나 봅시다.
- 아, 이거 좀 능력 있고, 양심적이고, 눈치도 빠르고, 맷집 좋고, 손가락 문자속도도 빠른 사람 어디 없을까. 첫 번째 지원자 들어오세요.
- 예에. (힐끔힐끔 눈치를 보면서 들어온다)
- 거기 앉으세요. 이름이 뭡니까.
- 저, 지나요. 미! 소! 지나.
- 좋아요. 국회에 들어가시면 국가나 당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시겠습니까.
- 첫째, 당에서 명령하는 대로 찬성이면 찬성, 반대면 반대, 착실한 거수기가 된다. 둘째, 날치기를 위해 몸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몸을 아끼지 않고 육탄공세로 단상을 사수하는 돌격조가 된다. 둘 가운데서 고르시오.
- 에잇,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지금이 무슨 자유당 땐줄 알아요? 집에나 가세요.
- 탈락이군요. 맙소사. (나간다) 가자, 세계로! 우주로!
- 두 번째 지원자는. 아니, 무슨 세계지도를 이렇게 뱅뱅 두르고 나왔어요?
- 글로벌 지도력!
- 근데 그건 뭐예요? 앗, 왜 라이터 불을 켜고 그래요.
- 인화력!
- 아니, 장난하나. 그만 가세요. 탈락이에요. 아니 왜 뱅뱅 돌고 그래요? 정신 사납게.
- 돌려막기!
- 그만두세요. 그런데 그 잣대는 왜 또 부러뜨리고 그래요?
- 나를 내쫓다니, 부러진 잣대!
그 때 세 번째 지원자가 ‘부릉부릉’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다.
- 김 코뚜레씨? 당신은 국민이나 당을 위해 무얼 하실 수 있죠?
- 국민을 위해서요? 그런 건 없는데. 당이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 아니, 그럼 여기 뭣 땜에 온 거예요? 에휴, 거 전화나 받으세요. 시끄러우니까.
- (휴태폰을 열며) 어, 민식이냐? 뭐? 알바 면접 장소를 잘못 가르쳐줬다고? 뭐어? 여긴 국회의원 뽑는 곳이라고? 대박! 아놔, 나도 돈 받으면서 대강 노는 건 잘 할 수 있는데. 내가 업자들한테 뇌물 받아먹은 적이 있냐, 사람들한테 밥 사주고 돈 뿌린 적이 있냐, 부동산 투기하느라 위장 전입한 적이 있냐? 아, 임마. 하고는 싶어도 능력이 안됐지. 기왕 왔는데, 편의점 알바보다 국회의원 후보나 시켜주면 안될까요?
상황을 지켜보던 비상대책위원회가 발끈하고 대꾸했다.
- 야, 안 돼! 네가 국회의원 출마하면 사람들이 찍어주겠냐? 선거할려면 TV토론 나가가지구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거 아냐? 괜히 헛소리 삑삑 해가지구 제주 4.3사건이 어떻구 5.18이 어떻구,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이 어떻구, 그런 말 영어로 쓰면 요즘 한국 사람들이 그 뜻을 모르냐? 그래 가지구 니가 떨어지면 사람들이 나한테 욕해요. 그러면 내가 당에 남아있을 수 있겠어? 비대위 그만 두면 또 실업자가 되어가지구 맨날 집에 처박혀 있어야 돼. 그러면 마누라가 꼴 보기 싫다고 잔소리할 거 아냐? 그러면 내가 서글프니까 술 담배 많이 하게 되겠지? 담뱃값도 떨어지면 마누라한테 돈 좀 달라고 조르다가 또 싸움이 나요. 그러다가 쫓겨나면 갈 데가 어디 있겠어. 야 안 돼! 네가 국회의원 나가면 내가 노숙자가 된단 말야. 꿈 깨!!
정해용 상임 논설위원(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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