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후폭풍’

산업 / 김준성 / 2006-09-29 00:00:00
노 대통령 “가급적 많이 공개하겠다”…내년 4월 공개

은평 뉴타운의 고분양가 논란 속에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침이 밝혀지면서 부동산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논란을 빚어온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지금은 분양원가 공개제를 반대할 수가 없다"며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믿고 있고, 많은 시민사회에서 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원가공개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가급적이면 많이 공개하는 쪽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건교부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내년 4월부터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며 “노 대통령의 ‘가급적 많이’의 뜻은 민간택지까지도 생각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민간 건설업체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사업할 만한 곳이 얼마나 되겠냐”며 “오히려 시공상 품질을 떨어뜨려 결국 피해는 서민들에게 되돌아간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민간업체에서 집을 못짓겠다며 반발하고 나설 것에 대비해 “공공부문의 주택공급과 집중투자를 지금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는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내건 주요공약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2004년 6월 민주노동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경제계나 건설업계의 압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소신”이라며 "열린우리당이 미처 대통령의 소신을 확인하지 않고 공약했다가 차질이 생겼으니 이를 개혁후퇴의 상징처럼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원가공개를 줄곧 주장해왔던 당시 원내대표 김근태 의원이 반발하고 나설 정도로 노 대통령은 큰 틀에서 ‘공개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당과는 공공택지내 25.7평 이하 아파트에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는 선에서 봉합했다.

이 사건은 '개혁후퇴'의 한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하락한 핵심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지난 28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할 수가 없다"며 '전격' 수용하고 나섰다.

이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들이 제 생각과 달리 다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니까, 그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아파트 원가공개를 줄곧 요구해왔던 시민단체들과 서민들은 원가공개를 하면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대환영의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민간 건설업체들이 손해보는 장사를 할 것인가'하는 부분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경제원리에 입각해 아파트 원가가 공개되면 아파트의 양극화 현상은 더 커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다시말해 “민간사업자는 명품아파트를 만들던지 아니면 저가아파트만을 만들 것이다”며 “원가공개라는 상황에서 민간사업자들이 수익확보 방법은 이 두 가지뿐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명품아파트의 경우 원가공개되더라도 소비자들의 차별화 심리가 소비가격을 결정한다”며 “민간사업자들은 돈되는 명품아파트 건설에만 몰릴 것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사업자들이 저가전략으로 간다면 가격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곧 값싼 자재와 인력을 동원해 아파트를 지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저가아파트는 노후화 속도가 빨라 보수와 유지비용이 많고 결국 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정기간이 지나 자본과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민간사업자들은 도태되고 전체적 주택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파트 후분양제에 대해 “지금 원칙적으로 정부는 후분양제로 가도록 이미 계획을 잡아 놓고 있는데, 속도를 좀더 앞당기자”고 말했다.

또 “서울시가 후분양제를 하게 되면 정부 정책에도 일단 충격을 주고 이를 다시 한 번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제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줄여줘야 하며, 전체 부동산 공급시장을 교란시키는 급작스런 정책변경은 없도록 아주 신중히 관리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본부장은 “분양원가 공개만으론 안된다”며 “실질적이고 세부적 분양원가 공개와 원가연동제, 환매수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분양가 거품을 막기 위해선 분양시장으로 들어오는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시세차익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이를 위한 방안으로 공공택지 분양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공급시에는 분양원가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공공택지내 25.7평 이하 주택은 분양원가 ‘부분’ 공개와 원가연동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질적 원가가 공개되지 않아 주택가격 안정과 공급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또 “공공주택의 전매금지와 주택의 실수요를 보장하기 위한 환매수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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