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국조-회담형식’ 놓고 팽팽한 ‘기 싸움’
3자회담 현실화...黃대표 입장바꿔 무산 가능성
국정원 개혁등 현안 원내문제인 탓…靑 영향설도
민주 장외투쟁 확산하며 대여투쟁 강화 방침
14일 청문회가 국정조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NLL대화록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둘러싸고 여야정국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를 빌미로 장외투쟁까지 나선 가운데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청와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교착상태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과 증인채택에 합의하면서 파행이라는 큰 위기는 넘겼지만 여전히 완벽한 교집합을 찾지 못한 여야가 영수회담 방식과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 문제 등을 놓고 여전히 팽팽한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다. 여야대표 회담 형식을 놓고 양자회담이냐 3자회담이냐를 놓고 여전히 난항중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야당과의 팽팽한 기 싸움이 한창이다. 여야가 한치의 양보 없이 펼치는 정쟁에 찜통날씨로 시름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폭폭할 뿐이다.
◇‘3자회담’도 물건너 가나 ‘오리무중’ 상황
청와대와 민주당이 '회담 형식'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사실상 타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던 '3자 회담(대통령-여야 대표)' 조차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자신이 제안했던 3자 회담에 '원내 문제 논의 제외'라는 조건을 붙이면서다. 국가정보원 개혁과 'NLL 대화록' 이슈 등 모두 사실상 원내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쉽게 받을 수 없는 카드를 던진 셈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민주당의 기싸움 국면이 좀처럼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황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담 의제에) 원내 문제가 포함됐다면 5자 회담(대통령-여야 대표·원내대표)을, 그게 아니면 민주당이 그동안 정례화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해온 3자 회담을 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속히 만들어야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일 황 대표가 제안한 3자 회담과는 결이 다른 제안이다. 그는 당시 기자들과 만나 "9월 국회가 내일모레인데 이제 (정쟁의) 끝을 내야 한다"며 "야당이 (대통령을) 뵙고 싶어한다면 나도 갈 테니 같이 (회담을) 해서 끝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쟁의 원인인 국정원이나 NLL 대화록 문제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풀겠다는 취지였다.
황 대표가 애초 제안했던 3자 회담은 청와대와 민주당 간 대치 정국의 '출구'로 여겨져 왔다.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형식을 고수하며 청와대의 5자회담 안을 거절했던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황 대표의 제안만큼은 긍정적으로 검토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대표가 입장을 수정하자 민주당은 예상대로 즉각 반발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황 대표가 황급히 말을 바꾼 것만 봐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얼마나 갈팡질팡하고 있는 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양자회담을 재차 요구했다.
황 대표가 갑자기 말을 바꾼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5일 황 대표가 처음으로 3자 회담 제안을 꺼낸 뒤 당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바 있다. 당·청과의 조율없이 민주당 김 대표의 '담판' 제안을 3자 회담으로 받으면서, 청와대도 덩달아 회담 의제 안에 갇혀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가 회동 형식에 대해 '교통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은 당분간 입장 수정 없이 민주당의 반응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회담은 국정원 국정조사의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여야 대치 국면에서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새누리당 내에서 분출하고 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이 먼저 큰 정치를 했으면 한다"며 "황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대변인이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천막에 가서 손도 내밀고 청와대와 조정하는 정치력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자회담은 야당에서도 받을 수 있다고 하기에 여당이 먼저 선도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서 국민에게 희망 주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한길 “대통령 되고 나니 180도 다른 원칙…어느 나라 계산법?”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8일 새누리당이 대통령과 야당대표의 양자회담에 대해 '민주주의의 역행'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야당 대표시절의 원칙이 다르고,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180도 다른, 그때 그때 다른 원칙"이라고 반발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대표 시절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단둘이 영수회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민주주의 순행이고,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제1야당 대표와 양자회담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 역행이라면 도대체 이것은 어느 나라 계산법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원칙주의자를 자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라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대표 시절 당시 대통령과 양자회담, 영수회담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제1야당 대표와 양자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라면, 도대체 이게 무슨 원칙이냐고 국민들은 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 대표시절의 원칙이 다르고,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180도 다른, 그때 그때 다른 원칙에 대해서 국민들은 '뭐 이런 원칙이 있나. 말도 안 되는 원칙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며 새누리당 지도부를 향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9월7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대연정, 민생경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영수회담을 개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회담형식을 한나라당에 모두 일임했었다.
◇국정원국조 김무성·권영세 증인채택 놓고 ‘난타전’
국정원 국조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위 활동 기간연장, 증인채택 등과 관련해서는 논란끝에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 문제는 여야의 입장이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김 의원과 권 대사에 대한 증인채택을 거듭 주장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은 증인으로 3선 현역의원인 강기정 의원을 채택하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핵심증인에 해당되는 현역 국회의원을 아무도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하겠다고 끝까지 버텼다고 한다"며 김 의원과 권 대사의 증인채택을 거듭 주장했다.
전 원내대표는 "강기정 의원의 살신으로 김세(김무성·권영세)가 안 나올 명분이 없어졌다. 즉, '살신성김세'가 된 것"이라며 "원판(원세훈·김용판)과 더불어 김세도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의원과 권 대사의 증인채택도 문제지만 또다른 핵심증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 출석하는 14일 청문회가 여럽게 정상화의 물꼬를 튼 국정조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의 거센반발속에 사실상 국조파행은 불보듯 뻔하다. 여야는 이들이 국회출석을 담보하는 장치로 즉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의 출석과 정상적인 증언까지는 강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원만한 진행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날 청문회가 파행을 겪게되면 김 의원과 권 대사의 증인 채택도 자연스럽게 물건너가게 돼 결국 국정원 국정조사는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 장외투쟁 전국확대-10일 보고대회…대여압박 총공세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8일 전주를 시작으로 9일 현재, 충청남도 천안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여는 등 장외투쟁을 전국으로 확대해 대여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또 10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주말촛불집회에 대대적으로 참여, 시민단체들과의 '결합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광장에서 자체적으로 범국민보고대회를 연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합류한다.
이를 위해 김한길 대표는 보고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지방 당원들의 참석도 독려했다. 지난 2일 촛불집회에서 자신감을 얻은 민주당은 많은 동력을 끌어모아 대여압박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정원에서 시작된 여야 경국정색이 급기야 국회가 아닌 장외투쟁 정국으로 급전직하하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야당, 야당과 여당이 뚜렷한 타협점을 찾지못하고 난맥상만 노출하고 있어, 정국정상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정치사에 제1야당이 집권부와 주요 정치갈등이 생길 때마다 장외투쟁을 천명해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당 중심주의에 밥그릇 싸움이 치열한 분위기에서는 좀처럼 상생의 화합정치를 기대하기는 쉽지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야당 대표의 대화제의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이 이를 보완하는 모양새가 현재 난맥상의 정국실타래를 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칫 민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독단의 정치로 흐를 경우 거센 민심의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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