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전체적인 부분에서 여러 가지 패인이 존재하겠지만, 우선 경기에 나서는 준비에서부터 알제리보다 부족했다는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 활약과 관련한 문제와 맞물려 선발에 대한 부분도 지적사항이다. 결과적으로 감독 책임론이 대두될 경기였다.
대표팀은 우리시간으로 23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이 위치한 베이라 히우 경기장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알제리에게 2-4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월드컵 이전부터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라고 점찍어 두었던 알제리에게 완패를 당했다. 승부는 사실상 전반 중반에 결정됐다.
전반 26분, 이슬람 슬리마니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약 10분 동안 라피크 할리시, 압델무멘 자부에게 연달에 3골을 내주며 이미 경기의 승패는 결정이 났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지난 18일 펼쳐진 러시아 전까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치른 29경기에서 단 한 번도 한 경기에 3골 이상을 득점해 본 적 없던 우리나라가 후반 대반격에 나선다 해도 이를 뒤집는 것은 사실상 힘들었다.
변화된 알제리, 똑같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초반부터 알제리의 파상적인 공세에 시달리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사실 알제리는 공격지향적인 축구를 펼쳐온 팀이고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 역시 공격적인 성향을 추구한다. 벨기에 전에서 보여줬던 ‘선수비’ 전술 축구가 오히려 ‘알제리답지 않은 축구’였다. 그러한 알제리가 우리를 상대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공격적으로 나서리라는 것은 당연한 예상이었다.
알제리는 벨기에를 상대로 초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듯 했지만 결국 막판에 역전을 당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승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골이 더욱 절실했던 것은 알제리였다. 공격에 조바심을 내고 나서는 알제리가 초반부터 공격 일변도로 나올 것은 당연했다.
우리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의외의 선전을 펼쳤다. 러시아는 파비우 카펠로 감독 부임 이후 상대팀의 전력 여부에 상관없이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를 플레이를 펼치는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알제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흐름을 유지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팀을 상대로 똑같은 전술을 꺼내드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반면 알제리는 선발 명단에서부터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11명 중 5명의 선수가 바뀌어 있었다. 물론 한 경기 만에 주전의 절반이 바뀌는 것이 묘책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수비적인 전형과 공격적인 전형을 완전히 다르게 준비한 알제리에 비해 우리나라는 무책임할 만큼 전술적인 변화가 없었다. 알제리는 우리팀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나온 반면, 우리 대표팀은 상대 선수들에 대해서도 파악이 안 된 것처럼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알제리는 이날 경기에서 최전방의 이슬람 슬리마니를 비롯해 야신 브라히미, 압델무멘 자부, 아이사 만디, 자멜 메스바흐 등 5명을 새롭게 선발로 투입했다. 이중 공격진에 선발로 내세운 3명은 모두 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와 알제리의 경기가 펼쳐지기 전 벨기에가 러시아를 제압하며, 이 경기에 임하는 우리 대표팀의 부담은 더욱 줄어든 상황이었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었지만, 최악의 경우 비기기만 해도 우리 대표팀은 여전히 16강행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반드시 승점이 필요한 알제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다급한 알제리 상대로 왜 맞불?
오히려 대표팀은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알제리가 보여줬던 것처럼 수비에 무게를 두고 상대를 끌어들이면서 약점인 상대의 수비 뒷공간을 더욱 헐겁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벨기에와의 경기는 물론 이날 경기에도 나타났듯이 알제리는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하게 체력적으로 문제를 나타내는 모습을 보였다. 견고한 수비를 중심으로 팽팽한 경기를 이어갔다면 먼저 무너지는 쪽은 알제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알제리를 맞이한 대표팀의 전략은 너무 안일했다.
‘원 팀’을 강조했던 홍명보 감독의 취임 일성에 부합하는 구심점이 없다는 문제가 처절하게 드러났다는 것도 문제다. 기본적으로 수비에 약점을 안고 있었던 알제리를 상대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분위기를 수습하고 차분하게 반격에 나설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알제리의 거센 공격에 당황하던 대표팀은 실점을 하자 더욱 허둥댔고 바로 추가골을 내줬다.
'우왕좌왕' 대표팀 … 선발 당시의 문제 불거져
흔들리는 팀 분위기를 진정시키거나 다독거려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리더가 없었다.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을 때부터 제기된 우려였다.
공격도 얽힌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만회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반 내내 단 한 개의 슈팅도 때리지 못했다. 공격진의 맏형인 박주영은 그라운드에 서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버거워보였다. 가장 분주했던 것은 막내 손흥민이었다.
그라운드 안 11명, 혹은 대표팀 전체 23명의 선수들 안에서 흔들리는 상황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첫 골 실점 후 기우뚱대는 흐름에서 사실상 경기를 내주는 3골 헌납까지 1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와중에도 공격 작업에서는 단 한 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는 것이 잘 증명하고 있다.
선수들이 갖고 있는 기량과 가능성이 돌발적인 변수에 부딪혀 발현되지 못할 때 이를 조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결국 팀 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플랜B'는 우리도 없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몰락 원인에 대해 ‘티키타카’만 고집하다가 ‘플랜B’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플랜B’의 부재는 멀리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톱 전술에서 박주영이 통하지 않을 때의 대안은 끝내 존재하지 않았고,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박지성이 거론되며 ‘박지성 대표팀 복귀론’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이것이 해프닝으로 끝난 후 그러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에 대한 언급도 등장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면에서 알제리전 참패는 준비단계에서부터 더 철저했던 상대에게 시작부터 지고 들어간 것이 패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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