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현대미술관 “욱일기 찬양 아니다”

산업 / 임성준 / 2013-02-14 16:48:01
욱일승천기 모티브 전시회·포스터 일파만파

▲ ‘욱일승천기’로 알려진 일본제국주의 전범의 상징물들이 예술작품이라는 미명아래 뉴욕 한복판에서 버젓이 전시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토요경제=임성준 기자] 전범기인 욱일승천기를 모티브로 한 전시회와 홍보 포스터로 파문을 일으킨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전시회가 욱일기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왔다.


뉴욕 한인학부모협회의 최윤희 공동회장은 12일 MoMA의 글렌 로우리 관장이 보내온 서한을 공개했다. 이 서한은 지난달 31일 뉴욕 한인학부모협회가 욱일기 컨셉 전시회를 홍보하는 포스터 제작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철거를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 “일본 군국주의 찬양 아니다”
로우리 관장은 서한에서 문제의 요쿠 다다노리(橫尾忠則)의 작품이 전후 시대의 비판적인 반응일 뿐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로우리 관장은 “요쿠 다다노리의 강렬한 포스터 디자인은 때때로 욱일(Rising Sun)의 상징을 표현하고 있다”면서 “작가에 따르면 그의 자극적인 상징은 가까운 과거(1950~1960년대)에 대한 자각(self aware)이자 비판적 반응이며 과거 일본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단순한 찬양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뉴욕시 재정 지원 가능성과 관련, “우리는 대중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지만 MoMA는 사설기관이기 때문에 뉴욕시로부터 시민의 세금이 포함된 일체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최윤희 회장은 “요쿠 다다노리의 작품으로 홍보 포스터를 만든 것은 ‘욱일승천기’ 아래 자행된 전쟁범죄 희생자들을 간과한 것이다. 뉴욕시에 세금을 내고 있는 시민으로서 예술의 이름으로 전쟁범죄를 미화하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교육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포스터 폐기를 요구했다.


MoMA측의 입장에 대해 한인사회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백영현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시민모임) 대표는 “일본 작가가 그렇게 변명한다 해도 MoMA처럼 권위 있는 미술관이라면 전범기 이미지에 대한 바른 역사 인식과 교육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만일 나치 상징이라면 작품 전시와 홍보 배너를 버젓이 뉴욕 한복판에 걸 수 있는지 말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오는 17일 위안부기림비와 UN본부 코스의 욱일전범기 퇴출 평화 울트라마라톤에 나서는 권이주 울트라마라토너는 “MoMA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번 마라톤에서 MoMA 앞에 오전 11시30분께 도착한다. 그때 많은 한인들이 나와서 우리의 단호한 목소리를 함께 전달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다다노리를 비롯, 1950~1960년대의 일본 작가들을 다룬 MoMA의 전시회는 유니클로의 후원 아래 지난해 11월18일부터 2월25일까지 뉴욕현대미술관(MoMA) 6층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 “소름 끼치고 불쾌”
전시작품을 본 한인들은 “소름 끼치고 불쾌하기만 했다”며 한결 같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일본 작가들의 작품보다 MoMA측이 욱일기 이미지로 홍보 배너까지 만들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여론이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김정현 씨는 “한마디로 역사의식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일본작가는 그렇다 쳐도 미국 현대예술의 자존심인 MoMA 아니냐. 세계 평화를 위해 군국주의 일본과 싸운 미국이 전범기 이미지를 예술로 받아들인다면 나치 깃발도 똑같은 대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네티즌들도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미투데이에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현재 전시되는 일본작가들 작품 대다수에 욱일승천기가 형상화 됐다는군요. 후원은 유니클로에서 했구요. 아~ 뭔가 또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하고 대응을 예고하자 “욱일승천기를 애국의 상징 인냥 의미도 모르고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며 호응하는 등 십수 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뉴욕시의 욱일기 문제는 사실 심각하다. 최근 뉴욕시의 브로드웨이 공연과 레스토랑, 호텔 할인정보를 제공하는 홍보사이트가 욱일전범기 이미지로 도배되는 등 가미가제식의 욱일기 공습이 뉴욕에 전방위로 가해지는 듯한 양상이다.


뉴욕서 활동하는 누드크로키작가 김치김씨는 “몇년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욱일기 이미지가 하나의 유행처럼 퍼져가는 것은 우려할만한 사태”라며 “노골화되는 일본의 우경화와 욱일기 이미지의 확산이 우연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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