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행사 '뜨거운 감자'

산업 / 장해리 / 2007-11-12 09:29:36
롯데.금호.SK증권 등 의결권 불법행사 '경고'

미래에셋 등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대세'
공정위, 주의 소홀.계산착오로 법 위반해
이익 위한 의결권 행사, 남용할까 우려


"의결권 행사, 적극적으로 하자니 허용되지 않고 안하자니 이익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대기업 그룹들이 계열사에 대해 법으로 정한 범위를 넘겨 의결권을 행사한 사실이 적발된 가운데 주식시장에는 의결권 행사 '대세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캐피탈, SK증권, 롯데카드 등 5개 금융사와 금호산업, 두산건설, 삼화왕관 등 3대 회사는 의결권 제한명령을 어기고 의결권을 행사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지난 7일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79개 금융?보험회사의 계열회사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행사 실태 및 출자총액제한규정 위반회사에 내린 의결권 제한명령의 준수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요 주주로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승리'로 일단락됐던 동아제약 임시주총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투신운용이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의결권 제한 어긴 8개사 '경고'


공정위는 지난 2003년8월부터 2006년11월까지 79개 금융, 보험사 중 27개 금융, 보험사가 55개 계열회사의 주주총회에서 669회의 의결권 행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중 655회는 공정거래법상 적법한 사율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대캐피탈, SK증권, 롯데카드, 고려상호저축은행, 보광창업투자 등 5개 금융보험회사가 각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법상 허용되지 않은 14회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제철 주총에 참석해 한도보다 0.8%를 초과했으며, SK증권은 SK케미칼에 의결금지대상임에도 0.05%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롯데카드와 고려상호저축은행은 각각 롯데칠성음료와 한빛아이앤비 주총에서 행사한도를 초과하거나 의결금지대상에 의결권을 행사한 점이 적발됐다. 보광창업투자는 씨앤마케팅서비스 주총에서 2회나 의결금지대상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현행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금융사는 원칙적으로 다른 비상장 계열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한 상장 계열사에 대해서도 임원임면, 정관변경, 합병 등 주요 안건에 한해서만 의결권 행사가 허용되며 이때에도 총수일가 및 계열사 등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지분 2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


의결권 행사 한도도 당초 30%에서 지난해 4월 25%, 올해 4월 20%로 낮아졌으며 오는 2008년에는 15%로 낮아질 예정이다.


따라서 공정위는 이들 5개 금융보험회사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법위반 행시비율이 극히 미미하고 의결권 행사로 의결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었다"며 "법을 위반한 경위가 의결권행사한도에 대한 계산착오, 업무담당자의 주의소홀 등에 기인해 이 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2002년9월부터 지난해 11월30일 기간 중 출자총액제한규정 위반회사에 대해 내린 의결권 제한명령의 준수실태를 점검한 결과, 9개 집단 소속 29개 출자회사 중 금호산업, 두산건설, 삼화왕관 등 3개 회사가 5개 피출자회사의 주총에 참석해 의결권 제한대상 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호산업은 동양오리온투자증권과 동원파이낸스 주총에 각각 1회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두산건설은 두산베어스 주총에 2회, 이지빌 주총에 1최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또한 삼화왕관은 하나증권 주총에 3회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공정위는 금호산업 등 3개사에 대해 위반회사 모두 출자총액제한대상 회사가 아니라는 점과 의결권 행사로 인해 의결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었던 점 등을 감안해 경고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의결권 행사 적극


대기업 그룹이 의결권 행사에 제재를 받는 가운데 주식시장에는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0월 말 자산운용사가 전체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코스피 시장 상장사는 124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대비 20.4%나 늘어난 것.


코스피 시장 상장사가 684개인 점을 고려하면 자산운용사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5개사당 1개사 꼴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주요 주주로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고 있다.


특히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동아제약을 비롯해 31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23일 동아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총에 상정된 이사선임안에 대해 반대를 표시하고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는 등 의결권를 행사했다.


얼마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대표는 "펀드 투자자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해 올해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3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열린 제2회 기업지배구조 이슈 토론회에서도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결권 행사는 기업 지배권 유지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관계가 긴밀해지면 의결권이 왜곡되게 행사될 소지가 있다"며 "의결권 행사 배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 투명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장해리
장해리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장해리 입니다.
기자 페이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정감사 개막을 닷새 앞두고 유통·식품업계 주요 기업인의 출석 여부가 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식품 원재료 거래 문제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로 국감장에 선다. 반면 GS리테일·롯데홈쇼핑·CJ ENM 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는 철회됐다.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

    2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3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이 최대 9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다만 전액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에 필요한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5000억원 유상증자로 종투사 진입 기반을 넓히고, 최대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재무 완충력을 보강하는 구조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5000

    4
    [유업계소식] 매일유업·서울우유·남양유업·빙그레, 체험·ESG·수출로 소비자 접점 확대

    [유업계소식] 매일유업·서울우유·남양유업·빙그레, 체험·ESG·수출로 소비자 접점 확대

    유업계가 대학 축제와 러닝 프로그램, 자원순환, 해외 유통망 확대 등으로 사업 접점을 넓히고 있다. 내수 소비 둔화 속에서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친환경 경영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성장동력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29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다음달 1~2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축제에서 체험형 이벤트 부스 ‘매일 도파민 충전소’를 운영한다. 지난 2

    5
    KAI, 멕시코 현지생산·공급망 협력 추진…FEMIA·포스코인터와 MOU

    KAI, 멕시코 현지생산·공급망 협력 추진…FEMIA·포스코인터와 MOU

    한국항공우주산업(KAI·대표 김종출)이 멕시코에서 완제기 판매뿐 아니라 현지생산과 기술협력, 현지기업의 공급망 참여를 포함한 사업모델 구축을 추진한다. 멕시코 정부가 항공우주를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자국산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지 산업 참여를 향후 완제기·민수·우주 사업 확대와 연결하려는 구상이다.KAI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