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수도 내 맘대로 못쓴다고요?

산업 / 유상석 / 2013-02-07 16:18:45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28)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Q. 평소에 ‘은퇴한 후에는 고향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리라’고 항상 꿈꿔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낡은 목욕탕을 하나 인수해, 사실상 새로 짓다시피 하는 수준의 리모델링을 실시했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해 작업한 덕분에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라는 호평을 들었고, 덕분에 손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제 고향이 온천으로 유명한 OO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제 목욕탕도 ‘온천’ 허가를 받아,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지요. 갑자기 손님들이 저희 업소로 몰리자, 이웃 업소에서 시샘을 했나 봅니다. 다짜고짜 “당신 업소가 온천수를 지나치게 많이 쓰기 때문에, 우리 업소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한 일입니다. 이 지역이 예부터 온천관광지로 이름 날릴 수 있는 비결은 풍부한 수량만큼이나 온천공(溫泉孔)의 수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웃 목욕탕과 제 목욕탕은 서로 다른 온천공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웃 업주는 어디서 들었는지 ‘상린자는 공용에 속하는 원천이나 수도를 타인에게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법조문을 운운하며 절 괴롭히네요. 법적 조치까지 취하겠다고 주장하는데, 눈 뜨고 당해야만 하나요? (인터넷 독자ㆍmhmgn****)



A. 이웃 업주가 운운한 조문은 민법 제235조인 것으로 보입니다. ‘상린자(서로 이웃한 자)는 그 공용에 속하는 원천이나 수도를 각 수요에 정도에 응하여(맞게) 타인의 용수를 방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각각 용수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공용수를 끌어다 쓸 수 있는 권리, 즉 ‘공용수용수권’은 지표를 흐르는 물이 아닌 지하수에 대한 용수권을 말하는 것으로, 장기간의 관행에 의해 성립하기도 하고, 원천지 소유권자와의 계약에 의해 성립하기도 합니다.


우리 민법이 이런 조문을 규정한 것은, 제한된 물 자원을 특정인이나 특정단체가 과도하게 사용해 타인이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온천수와 관련해서 온천에 관한 권리를 관습법상의 물권(특정한 물건에 대한 배타적 권리)이라고 볼 수 없고, 온천수는 민법 제235조 소정의 공용수 또는 생활용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대판 1970. 5. 26, 69다1239)를 남긴 바 있습니다. 적지 않은 온천업소들이 자신들의 독점적인 온천공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 업소가 특정 온천공에서 온천수를 많이 끌어 쓴다고 해서, 다른 온천공을 확보한 타 업소가 피해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런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또, 설사 한 온천공을 여러 업소가 함께 사용하다가 분쟁이 생긴 경우라도, 같은 결론이 나옵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온천수 이용권은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가 배타적인 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고, 온천수는 공용수도 생활용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떤 이유로든 이웃 업주는 mhmgn**** 님께 온천수 과다사용을 이유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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