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삼성가' 영화산업, 각기 다른 행보

산업 / 여용준 / 2017-07-19 14:34:17
CJ, 20년만에 글로벌 5위 영화체인…삼성, 외환위기 속 4년만에 철수
▲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 레이저관 모습. <사진=CGV>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후손들이 이끄는 삼성과 CJ는 ‘범삼성가’로 불리지만 아들 세대에 이르러서는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CJ 명예회장 형제는 유산 상속 문제로 법정싸움을 이어갔으며 ‘이건희 동영상’ 사건으로도 두 그룹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CJ(당시 제일제당)는 1993년 식품사업에서 손을 뗀 삼성으로부터 분리된 뒤 이재현 당시 상무이사가 맡아 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식품과 함께 물류, 쇼핑, 문화·미디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오늘날 위치에 이르게 됐다.


이 가운데 이재현 회장은 CJ의 분리 이후 처음 추진한 영화사업에 대한 애착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 1998년 1호점인 강변점을 연 이후 20년만에 전세계 400개가 넘는 극장을 확보하며 글로벌 점유율 세계 5위의 영화체인이 됐다.


CGV의 현재 시가총액 1조4749억원의 그룹 주력 계열사로 성장했으며 지난해 연 매출도 1조4322억원으로 CJ그룹 전체 매출액 23조9542억원의 5.9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8일 문을 연 CGV용산아이파크몰은 이재현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개관할 수 있었다. 경쟁 극장체인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각각 월드타워몰과 스타필드 하남에 대형 상영관을 연 가운데 CGV 역시 이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상영관을 갖추게 된 것이다.


용산아이파크몰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아이맥스 레이저관과 골드클래스, 4DX with 스크린X, 에그박스 등 다양한 특별관을 갖춘 영화관으로 CGV의 영사기술이 총 집결된 국내 최대규모 멀티플렉스다.


서정 CGV 대표는 “CGV는 CJ그룹이 독자경영을 시작한 이래 이재현 회장이 처음으로 추진한 사업이어서 영화산업인 CGV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영화산업에 대한 애정은 CGV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CGV 1호점이 처음 등장했던 1998년 당시 5000만명 이었던 연간 영화 관람객수는 현재 2억 명 수준으로 성장했다.


1995년 20만 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영화 수출액은 지난해 1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무려 500배가 넘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서정 대표는 “CGV는 지난 20년간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한국 영화산업의 양적, 질적 성장과 함께 해왔다”며 “산업의 성장을 통해 우리 영화의 글로벌 위상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다양성이 확대되는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상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던 삼성은 IMF 외환위기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삼성은 1995년 ‘삼성영상사업단’이라는 이름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어 이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나 4년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삼성영상사업단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삼성전자와 물산, 제일기획 등에서 소규모로 추진하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합친 것이다.


특히 영화산업 분야에서는 ‘쉬리’에 투자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체계를 만든 것이 가장 큰 업적으로 손꼽힌다.


극장사업에서도 1997년 최고의 시설을 갖춘 ‘씨넥스’라는 극장을 연 바 있다. 씨넥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돌비 디지털, 디티에스(DTS), 에스디디에스(SDDS) 등 다양한 포맷의 음향시스템을 갖췄다.


또 CGV나 롯데시네마와 같은 멀티플렉스 극장처럼 넓은 좌석간격에 최상급 의자 등 편안한 관람시설을 갖춰 국내 극장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씨넥스는 삼성영상사업단이 철수한 이후 2002년까지 영업을 하다 결국 폐관했다.


삼성영상사업단은 많은 인재를 발굴한 것도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1997년 사업단 방송본부 국장을 역임했으며 김주성 와우픽쳐스 사장도 사업단과 CJ엔터테인먼트를 거쳤다. 와우픽쳐스는 영화 ‘귀향’, ‘상의원’, 뮤지컬 ‘위키드’, ‘프랑켄슈타인’ 등의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다.


최진화 부산 영화의전당 대표이사 역시 사업단에서 선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배웠다. 또 ‘명량’, ‘최종병기 활’ 등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역시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인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사업단이 없어지면서 500~600명의 사업단 임직원들이 아쉬워했다”며 “5년도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진 회사였지만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현대화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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