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대내외 리스크에 ‘패닉’…‘경영시계’ 제로

산업 / 민철 / 2017-10-09 16:22:30
중국 사드 보복 조치는 현재 진행형<BR>미국發 통상압박으로 산업계 ‘격랑’<BR>안으로는 재벌개혁 향한 날선 司正칼날<BR>내우외환 직면한 산업계 ‘벼랑 끝’ 내몰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세번째)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참석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함께 양국 FTA 현안에 관해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

[토요경제=민철 기자]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 조치로 여전히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통상압박으로 한국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예고된 미국의 통상압박이지만 ‘북핵 위기’ 상황에서 잇따른 미국發 보호무역조치들이 현실화 된 것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드보복 조치가 현재 진행형인데다 미국이 무역규제 조치를 전면화 할 태세여서 재계를 비롯한 산업계에 시름은 한없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안으로 통상임금, 법인세 인상, 재벌개혁 등에 시달리는 산업계는 말 그대로 ‘내우외환’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가장 눈에 띄게 피해를 본 분야는 관광 분야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드 보복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7월 말까지 중국인 관광객 약 333만명이 한국 관광을 포기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 중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 1956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관광 손실액만 65억1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에 달한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관광객 감소 규모만 799만명, 손실액은 18조1000억원에 육박한다.


대중 수출의존도 30%를 넘어선 중간재 수출에서 큰 피해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부품 수출액 감소액만 연말까지 21억500만달러(약 2조4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자동차부품은 전 세계적으로 부진이 이어져 지난달 1~20일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수출이 13.7% 폭락했다.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사드 보복으로 롯데와 이마트는 중국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핵 문제와 중국의 사드 조치가 장기화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북한 문제를 놓고 한중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 약 22조원에 달하는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드 보복이 우리 경제에 미칠 경제적 손실 규모가 150억달러(약 17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사드 보복에 따른 한국 경제의 피해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칼을 뽑아들면서 한국 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모양새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가 후보 시절 꾸준하게 북미자유무역협정과 한미 FTA가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며 '재앙'이라고 지적하며 폐해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이끌어 낸데 이어 곧바로 5일에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자국의 가전기업 월풀의 손을 만장일치로 들어주면서 향후 삼성·LG전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타격을 받은 한국 기업들이 이번에는 동맹국인 미국의 통상 공격을 받게 된 셈이다

한국의 철강, 화학, 태양광, 자동차에 이어 전자제품까지 미국의 타깃이 됐다. 미국은 도금강판·열연강판 같은 한국산 철강제품에 잇달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페트수지를 비롯한 화학제품으로까지 규제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달 ITC는 한국 태양전지 등으로 인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하며 세이프가드를 이미 예고했고, 이달에는 한미 양국이 FTA 개정 절차에 착수하며 특히 자동차업계에서도 한파가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개정으로 자동차·기계·철강업에서 미국이 관세율을 올리면 앞으로 5년 동안 수출이 최대 170억달러(약 19조원) 줄고, 일자리는 15만4000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 움직임은 향후 나타날 미국의 통상압박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한 것은 향후 한미FTA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본격적인 통상압박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업계 안팎으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미뤄 ITC의 결정이 세이프가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을 결정할 경우 연간 1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가전에 대한 세이프가드 현실화에 이어 한미FTA 재협상으로 한국 산업계는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당장 자동차와 농수산 분야를 재협상 테이블에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인해 파생되는 관련 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되면서 강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재협상을 통해 주요 대미 수출 산업들의 관세율이 현행 대비 높아진다면, 향후 기업들의 수출액 감소는 자명해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년간의 수출 손실액을 최대 170억달러(19조5000억원)로 전망했다. 그동안 지속해왔던 무관세 원칙이 관세 부과 원칙으로 변경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IR협의회 보고서는 30조원 가량의 손실과 국내 일자리 24만개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생산유발손실도 6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제품은 한미 FTA와 상관없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국간 체결돼 있는 무관세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WTO 협정국간 체결된 무관세 원칙에 앞서 한미 FTA로 규정된 무관세 원칙을 먼저 삭제한 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철강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만약 관세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 철강업계가 1조5000억원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부 요인으로 산업계가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이어 강도를 높이고 있는 재벌개혁으로 산업계는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미FTA재협상 등)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겠지만 미국이 어떠한 요구 조건을 가지고 나올지 상황에 따른 변수들이 너무 많다”면서 “국내에서도 여러 규제에 맞추기 위한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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