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핵심 축 이재용 재판…쟁점은?

산업 / 민철 / 2017-09-26 15:55:07
1심 재판부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 인정…삼성, 집중 공격 지점<br>‘묵시적 청탁‧수동적 뇌물공여’ 삼성-특검 법리 전쟁 불가피<br>특검, ‘직접증거’ 제시 여부 주목…증거재판주의 영향 미칠 듯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사진=연합>

[토요경제=민철 기자]‘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축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항소심 첫 재판이 이번 주에 열린다. 1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 받으면서 항소심은 1심 보다 한층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지난 1일 형사 13부에 이 부회장의 항소심 사건을 배당했다. 형사 13부는 재판장인 정형식(사법연수원 17기)부장판사와 강문경(28기)·강완수 판사가 맡고 있다. 정 부장판사는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사건을 담당한 바 있다.


지난 4월 첫 재판기일부터 4개월여 동안 53회에 걸쳐 진행된 '세기의 재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1심 재판부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공소 제기한 뇌물 공여, 횡령,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위증 등 다섯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총수 구속으로 ‘오너리스크’ 절벽 끝에 놓여있는 삼성으로선 이 부회장에 제기된 각종 의혹과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혐의를 법리적으로 뒤집어야 한다. 삼성측 변호인단은 사실 오인,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300쪽이 넘는 항소이유서를 법원에 제출,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특검은 1심 재판의 양형이 너무 적다며 항소한 상태로, 삼성 법리에 대항하기 위한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소심에선 1심과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묵시적 청탁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뇌물 공여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재산 국외 도피, 범죄 수익 은닉 등으로 파생되는 만큼 최대 쟁점이다. 특히 묵시적 청탁은 뇌물 공여의 출발점인 만큼 삼성과 특검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수동적 뇌물공여와 묵시적 청탁에 대한 간접적 증거만 있을 뿐 직접적 증거가 제시되지 않아, 이를 두고 삼성과 특검 양측은 한층 날카롭게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1심은 청와대에서 작성한 ‘말씀자료’, 안종범 수첩 등을 근거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없었다면서도 ‘경영권 승계’라는 큰 틀의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원요구에 응함으로써 승계작업에 관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라며 최순실 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삼성으로선 경영승계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적 요건이 마련돼 있었던 만큼 단독 면담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 원활한 경영승계를 위한 암묵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도 삼성의 경영 승계 상황을 인지하고 암묵적으로 승인을 해줬다는 게 재판부의 판결 요지다.


이에 삼성은 단독 면담 등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얘기는 전혀 없었고 실제 경영권 승계를 추진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접적 증거 없이 정황적 증거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 심에서 변론을 맡았던 송우철 변호사는 "1심 판결은 법리판단과 사실 인증 그 모두에 관해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라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묵시적 청탁으로 이어지는 수동적 뇌물공여 혐의는 재산 은닉 등의 관련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키다. 1심 재판부는 선고 당시 “이 부회장은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뇌물공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 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 요구를 받아 쉽게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고, 개별현안의 청탁으로 부당한 결과를 얻는 것은 확인이 안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특검이 제시한 뇌물공여액 433억2800만원 중 88억2800만원만을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 절차를 인식하고 있었고, 삼성 측이 도움을 기대하고 지원 요구에 응했기 때문에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과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부분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인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직접적 증거가 아닌 정황 등의 간접적 증거만으로 혐의를 인정한 부분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형사재판은 형사소송법 307조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한다'는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때문에 항소심에서 삼성측 변호인단이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과정에서 그간 ‘차고 넘친다’던 증거를 내놓지 못한 특검도 이에 대비해 추가적 증거를 내놓을지 관심을 모은다. 삼성의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줄 거라 기대를 모은 특검 측 신청 증인들은 대부분 삼성의 경영현안에 청와대의 개입이나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한 상태다.

한편 이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8일 오전 10시로, 이 자리에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도 함께 재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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