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 '승승장구'…코너에 몰리는 기업들

산업 / 여용준 / 2017-09-25 18:10:53
고용부 '양대 지침' 폐기…'쉬운 해고·성과연봉제' 막는다<br>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기아차 통상임금 소송까지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회의에서 김영주 장관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근로자와 사측의 갈등에서 근로자들이 연이어 승승장구하면서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정부가 ‘쉬운 해고, 취업규칙 변경완화’ 등 양대 지침을 폐지하면서 재계가 반발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인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월 공식 발표 후 노동계와 갈등을 이어온 지 1년 8개월만이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김영주 장관 주재로 47개 산하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양대 지침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으로 공정인사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도록 ‘일반해고’를 허용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사업주가 노동자에 불리한 근로조건을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대 지침은 새 정부 출범 후 사실상 폐기가 확정된 문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양대 지침 폐기를 내세운 데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인사 청문회에서 이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현 정부의 노사 정책이 노조 편향적으로 돼 고용 유연성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 관계자는 “양대 지침 폐기로 노동시장 유연성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노동 정책의 구체 실천방안과 로드맵을 짤 때 재계, 노동계, 관계 어느 한쪽의 일방적 목소리만 담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재계의 이같은 우려는 양대 지침 폐기 이전부터 이어져왔다.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점포 앞 모습. <사진=연합>

◇ 파리바게뜨·기아차 분쟁…잇따라 ‘근로자 승리’


앞서 고용부는 지난 21일 파리바게뜨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제빵기사 4362명과 카페기사 1016명을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제빵·카페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법처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파리바게뜨 입장에서는 직접 고용과 과태료 중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본사 전체 직원이 5000여명인데 정부 명령에 따르려면 본사 직원보다도 더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고용해야 한다”며 “신입사원 채용을 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 25일 안에 이를 이행하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을 모두 고용할 경우 인건비 역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600억원 수준을 지출하게 된다. 만약 직접고용이 아니라 과태료를 내더라도 최대 1600억원에 이를 수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본사는 고용부로부터 정식 공문을 받은 뒤 25일 안에 시행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 원씩, 총 530억 원 가량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당장은 530억 원이지만 향후 또 다시 불법파견으로 적발될 경우 근로자 1인당 최대 3000만원씩, 총 1600억 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현행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차 법 위반 시 1인당 1000만원, 2차 위반 시 2000만원, 3차 위반 시 3000만원으로 규정돼있다.


이밖에 지난달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도 노조 측이 사실상 승소하면서 사측은 1조원에 가까운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법원은 당시 판결을 통해 기아차 측이 2011년 소송을 낸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금액으로 원금 3126억원, 지연이자 1097억원 등 총 4223억원을 인정했다. 노조 측이 청구한 1조926억원의 38.7%에 이른다.


하지만 기아차 측은 노조가 제기한 기간 이후에 지급하게 되는 금액을 합할 경우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아차는 중국의 사드 여파와 맞물려 하반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이번 판결은 그동안의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와 사회적 관례, 정부의 행정지침,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유감”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기아차는 통상임금의 여파로 수당이 지급되는 잔업 자체를 줄이고 있다. 기아차는 잔업 축소에 대해 공식적으로 근로자 건강, 장시간 근로 해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 생산량 조정 등을 언급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완성차 업계는 “(통상임금 판결이)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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