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 단기 부동자금 1천조원 돌파

산업 / 이명진 / 2017-02-12 16:23:18
단기성 금융상품에만 돈 몰려

▲ <사진=연합>
[토요경제=이명진 기자] 높은 수익률을 좇아 언제라도 이동할 수 있는 시중 단기 부동자금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및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며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단기성 금융상품에 집중적으로 몰린 탓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1010조3000억원으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 21조8000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단기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1년 전인 2015년 말 931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79조원이나 늘었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 말 539조6000억원에서 이듬해 646조7000억원으로 급증했고 2013년 말 712조9000억원, 2014년 말 794조8000억원 등으로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2015년엔 1년 새 137조원이나 급증했고 증가율이 17.2%에 달하는 등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단기 부동자금 1000조원을 항목별로 보면 우선 현금이 86조8000억원으로 80조원 선을 넘었고 요구불예금은 21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497조8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61조30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21조1000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5조7000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4조7000억원 등이다.
MMF 등의 잔액은 금융사 간 거래인 예금취급기관 보유분과 중앙정부, 비거주자의 보유분을 빼고 집계한 것이다.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잔액 60조2000억원과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21조8000억원을 합쳐 단기 부동자금 규모를 산출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만기가 짧거나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좇아 다른 금융상품이나 투자처로 옮겨갈 수 있는 자금이다.
이렇게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장기 저금리 때문에 금융상품에 투자해도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실제 작년 12월 현재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56%(신규취급액·가중평균 기준)에 불과했고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도 모두 1%대에 머물렀다.
최근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대출금리만 가파르게 오를 뿐 예금금리는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더구나 작년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대형 변수가 속출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된 점도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를 부추겼다.
가계 부채는 크게 늘어난 반면 소득이 정체돼 가계가 노후 준비를 위한 중장기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단기 부동화 추세가 심해지면 시중에 자금이 풀려도 기업의 생산, 투자나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의 효과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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