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롯데마트 헐값 매각 우려 확산

산업 / 유승열 / 2017-09-17 10:20:50
장부가 8300억원보다 30% 이상 저가 요구<br>연내 매각 부발시 1조원 피해
텅 빈 중국 롯데마트 매장.<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중국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롯데마트가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에 달하는 중국 매장을 애초 매입가보다도 헐값에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 내부와 증권가 등에서 추산한 중국 롯데마트의 장부가는 약 8300억원이지만,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매수 의사를 타진한 기업들은 이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에 팔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롯데그룹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중국 최대 유통기업인 화롄그룹에 중국 점포의 매각을 타진했지만, 화롄그룹 측이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위험) 등을 우려하며 인수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출자한 국영기업인 화롄그룹을 상대로 매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며 "특히 화롄그룹 측이 일련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리스크가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화롄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뒤 이마트의 중국 내 5개 점포 매입을 추진 중인 태국의 유통기업 CP그룹 등과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매수를 타진한 기업들이 장부가보다 30% 이상 싼 가격에 팔 것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중국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CP그룹과 점포 매각 협상을 진행해온 이마트가 헐값 매수를 원하는 상대측과 매각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정이 급한 쪽은 롯데이기 때문에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다"며 "매수를 타진한 기업들도 롯데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가격을 후려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2007년 네덜란드계 대형마트 마크로로부터 현지 매장을 인수할 당시의 가격도 헐값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사드 보복 영향으로 중국 롯데마트의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의 5분의 1에 불과해 제값을 받기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롯데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주요 판로를 잃게 돼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롯데제과나 롯데칠성 현지 사업장을 한꺼번에 묶어 매각하는 이른바 '패키지 딜'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최근 홍콩 롯데쇼핑홀딩스를 통해 중국 롯데마트가 연말까지 사업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약 3천400억원의 운영자금을 추가 수혈했기 때문에 중국 점포의 매각을 연내에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다.


일각에서 거론하는 10월 중 본계약 체결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롯데마트는 설명했다.


3월 중순부터 본격화한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재 112개에 달하는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중 87개 점포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중국의 사드 보복 분위기에 편승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면서 그나마 영업 중인 나머지 점포의 매출도 90% 이상 급감해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 당국과 소비자들의 압박으로 지금까지 롯데마트가 입은 피해는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롯데마트 중국 점포의 영업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현지 노동법상 매장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현지인 종업원들의 임금을 정상 임금의 70% 안팎 수준에서 계속 지급해야 하고 매장 임차료도 매달 줘야 한다는 것이 롯데마트의 고민이다.


롯데마트가 현지 종업원 임금과 임차료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은 월평균 200억 원 안팎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피해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는 상반기의 경우 대부분의 운영자금이 상품매입 대금으로 쓰여 월평균 9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됐으나 대부분 점포의 영업이 중단된 하반기에는 상품매입 대금으로 나갈 돈이 거의 없어 월평균 운영자금이 200여억원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중국 사업을 최대한 빨리 정리한 뒤 동남아시아를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현재 인도네시아에 45개, 베트남에 13개의 매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서 롯데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이미 중국 롯데마트의 실적을 넘어섰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장기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중국 사업을 과감히 포기한 것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사업에 거는 기대 때문"이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인구를 볼 때 향후 성장을 추구할 시장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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