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앓이 속 정권 ‘코드맞추기 ’분주한 재계

산업 / 민철 / 2017-09-15 16:12:52
기업들 지주사 전환‧채용 확대 등 정부기조 응답<br>벼랑 끝 내몰리며 정권 '코드맞추기' 지속성 의문<br>지주사 전환, 자금 집중돼 ‘신규투자 축소’ 가능성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민철 기자]재계가 문재인 정부와의 ‘코드맞추기’에 분주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그룹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협력사 지원 방안들을 일제히 내놓는가하면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맞춰 채용규모를 대폭 늘리며 ‘블라인드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화답에도 혜택은커녕 정부여당과 사정당국의 거센 압박에 기업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은 등 떠밀리 듯 현 정부 기조에 적극 응답하고 있지만 벼랑 끝에 내몰리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정부 지원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대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들여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현 정부의 코드맞추기 일환이다.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 대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피하기 위한 사전 대응책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29일 롯데제과·칠성음료·쇼핑·푸드 등 4개사의 분할·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 롯데제과의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롯데지주가 내달 1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효성그룹도 지주사 전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내년 초 전환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효성은 단일 회사에서 섬유, 산업 자재, 중공업, 건설, 금융 등 사업 특성이 다른 분야를 퍼포먼스 그룹(PG)으로 구분해 경영하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매일유업, 오리온 등은 이미 지주사 전환 후 재상장을 완료했고 이랜드, SK케미칼 등도 올 연말까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주사 전환 이외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이어 채용 확대, 상생 방안을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현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확대 기조에 발맞춰 채용규모를 대폭 늘리는 한편 지원자들의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사안이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당장 이번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부문에서 채용할 때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실시했으면 한다. 민간 대기업들도 권유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기업들이 이를 적극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채용 시즌에 블라인드 전형을 앞다퉈 신설하고 있다. CJ그룹이 하반기 채용 인원의 20% 정도를 학교 학점 등을 기재하지 않는 ‘리스펙트 전형’으로 뽑는 것을 비롯해 현대모비스는 학력 학점 영어점수 없이 뽑는 ‘미래전략전형’을 도입했다. 신한카드도 디지털 역량만을 평가하는 ‘디지털 패스’ 전형을 선보인다. 서류나 면접 등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평가하거나 이력서 항목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늘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채용에 자격증 어학점수 항목을 없애고, 블라인드 면접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뿐 아니라 LG전자도 올해 하반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가독관계를 쓰거나 지원자의 사진을 첨부하지 않기로 했다.


매번 정권 교체기에 나타나는 기업들의 코드맞추기가 기업경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전환에 따라 기업들이 장기적이며 일관적인 경영을 유지해 나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당한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지주사 전환 비용으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작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 전반에 활력을 증대시킬 신규 투자와 개발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지주사 전환으로 최대 몇 조가 매몰비용으로 쓰이면 신규 투자 등 경쟁력 강화 비용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뷰티트렌드]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웰에이징 R&D 확대

    [뷰티트렌드]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웰에이징 R&D 확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건강수명과 노화 관련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건강기능식품 신소재 개발에 나섰고 아모레퍼시픽은 노화에 따른 모발 강도 저하와 관련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했다.LG생활건강은 지난 17일 한국식품연구원과 건강기능식품 신소재·분석 기술 개발과 식품 분야 연구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1

    2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건설사동향] 현대엔지니어링 거제 1963가구 공급·포스코이앤씨 분당 1순위…중흥토건 100억 담보 연장

    현대엔지니어링이 조선업 회복세가 이어지는 거제에서 1963가구 대단지 분양에 나선다. 포스코이앤씨는 분당 리모델링 단지의 일반분양 청약에 들어갔고, 중흥토건은 계열사로부터 제공받은 100억원 규모 담보의 만기를 연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10월 경남 거제시 옥포동 1670번지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거제시그니처’를 분양할 예정이다.단지는 지하 7층~지

    3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4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5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