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라는 녀석은 보면 볼수록 도저히 정을 붙이기 어려운 동물이다. 물론 뱀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소수의 사람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유의 외양으로 인해 생기는 본능적인 혐오감, ‘쉿’ 하는 특유의 섬뜩한 소리 탓에 ‘정 붙이기 어렵다’는 점에 동의하는 것 같다.
이런 부정적 인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공통적인 인식이었던 듯하다. 기독교의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먹게 해서 타락시킨 장본인이 바로 뱀이었다는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 굳이 신자가 아니라도 다 알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도 뱀은 그다지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까치가 온 몸을 내던져 울린 종소리 때문에 물러나긴 했지만, 과거 보러가던 선비를 죽이려고 했던 녀석도 뱀 아니던가. ‘은혜 갚은 까치’에 대비되면서, 뱀의 이런 모습은 더욱 사악하고 냉혹해 보인다. 오죽하면 ‘독사 같다’는 욕까지 생겨났을까.
그러나 뱀이라는 동물이 이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일관된 건 아니다. 기독교 이전의 그리스 로마 시대엔 치유의 상징이었고, 이집트나 중앙아시아 등의 문명에서는 지혜와 부활, 생명의 탄생 등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신성시되기도 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 비비꼬인 뱀의 의미도 이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응급환자를 수송하는 구급차 등에 해당 문양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뱀이 영물(靈物)로 인식되기도 했다. 구렁이가 집에 있으면 절대 쫓지 않았고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집 구렁이를 놀라게 하거나 억지로 쫓으면 액운이나 귀신의 침범을 받는다는 미신은 아직도 노인들에게 익숙하다.
가까이 하기 어려운 외양과 위협적인 소리에도 불구하고 뱀이 이런 긍정적인 대접을 받은 이유는 바로 성장 과정에서 허물을 벗는 모습 때문이었다. 자기 자신의 껍질을 홀랑 벗어던지는 이 모습에서, 인간은 부활, 새로운 생명의 탄생, 더 나아가서는 좋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치유 등을 느꼈으리라.
2013년의 새로운 해가 떠오르지만, 각종 언론 매체에서 전하는 새해 전망은 안타깝게도 그다지 밝지 못하다.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2%대에서 제자리걸음할 전망이고, 집값은 계속 하락세가 예상돼, ‘하우스 푸어’가 더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 증가율까지 새해에는 더욱 낮아진다니, 이를 어쩌랴.
성장을 거듭할수록 허물을 벗어던지는 뱀처럼, 우리네 경제 사정도 부활하고, 새 생명을 얻으면 좋으련만. 또, 2012년 한 해 동안 용이 내뿜은 너무 강한 기에 눌려 지냈던 국민들의 상처 입은 몸과 마음, 살림살이 등도 뱀띠 해를 맞아 치유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 가지 더. 현대 소설인 윤홍길의 <장마>에서 뱀은 이념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해냈다. 6ㆍ25 전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국군이었던 외삼촌이 전사하고, 빨치산이었던 화자의 친삼촌도 죽은 것으로 여겨지면서, 친ㆍ외할머니 사이에 갈등과 원망이 생겼다. 하지만 친삼촌의 혼으로 여겨지는 흰 구렁이가 나타나고, 쓰러진 친할머니를 대신해 외할머니가 이 구렁이를 극진히 대접해 되돌려 보내면서, 두 할머니가 화해한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소설 속 두 할머니가 구렁이의 출현을 계기로 화해한 것처럼, 대선 후 더욱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여야가 뱀띠 해를 계기로 소모적 이념 논쟁보다 민생 안정에 힘써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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