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도박식 벼랑끝 전술 통할까?

산업 / 정희채 / 2017-09-14 11:45:52
일본 언론 "도시바 '상폐 1개월유예' 활용해 위험한 도박식 경쟁유발"


도시바(東芝) 본사가 입주한 도쿄 미나토구 건물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정희채 기자] 1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도시바(東芝)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진영으로 기울었다가 전날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을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우선 협상자로 변경하자 ‘도박식 경쟁’이라고 비판적인 평가를 내놨다.


즉 "내년 3월말 채무초과를 해소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초조한 도시바가 인수 희망자들을 상대로 위험한 도박식 경쟁을 유발한다"는게 그 요지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정부 관계자가 "도시바는 막판까지 인수 희망자들을 경쟁시켜 좋은 조건에 팔아치우려 하고 있다"며 5번이나 인수 유력 후보 진영을 교체한 사실을 호의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그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도시바는 내년 3월말까지 채무초과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될 전망이다"고 우려했다.


도시바의 이런 태도에는 많은 미련이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바는 당초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에서 발생한 채무를 해소하기 위해 도시바메모리의 일부 지분만을 팔려고 했으나, 채무 규모가 막대한 것으로 나오자 전체를 매각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이나 WD가 주도하는 신(新)미일연합 진영 어디에도 경영권을 넘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현지 언론은 진단했다.


두 진영에 양다리를 걸친 일본 정부계 펀드 산업혁신기구나 일본정책투자은행은 물론 도시바 스스로도 일부를 출자해 일본세력이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는 매각이 꼬이는 이유 중 하나다.


도시바는 특히 자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NAND플래시메모리 기술을 일본에 남기고 싶어 하며, 기술유출 우려를 이유로 SK하이닉스나 WD의 경영관여를 봉쇄하는 장치를 모색 중이다.


그런데 이것이 모순을 유발하고 있다. 도시바나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 일본 전자업체에는 2조엔(약 20조410억원)에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능력이 없다. 해외세력에 고가로 팔아야 할 처지다.


결국 도시바는 일본산 반도체도 지키고, 욧카이치공장 등의 고용도 유지하고, 기술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며 한 푼이라도 높은 값에 매각하려고 한다.


이러한 의도를 알고 있는 채권은행단도 "2017회계연도말인 내년 3월말 도시바가 채무초과에 빠지는 사태도 각오하기 시작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처가 결정되어도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에 반년 이상 걸려,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이익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채무초과를 해소하지 못하면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주요거래 은행들은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지방은행 일부는 이미 융자를 회수하기 시작해 3월말 7천929억엔이던 융자액은 현재 6천400억엔 가량으로 1천500억엔 줄었다.


이에 주거래은행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상장폐지를 막는 방법을 모색해 묘안을 강구해 냈다.


매각처가 결정된 상태에서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가 종료되지 않아 내년 3월말까지 채무초과를 해소하지 못하더라도 그 채무초과를 '일과성'으로 간주, 상장폐지를 유예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런데 상장폐지 유예는 아무리 길어도 1개월 정도다. 그래서 은행단은 8월말까지로 재촉했던 도시바메모리 매각처 결정을 9월말까지로 연장해주며 매각 작업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


도시바가 한미일연합을 택해도, WD 주도의 진영을 택해도 어느 쪽이나 일장일단이 있다. 또 도시바가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는 보증도 없다. 채권은행단은 한시라도 빨리 매각이 결정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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