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권' 버리는 대기업들…자율경영 강화

산업 / 여용준 / 2017-07-11 17:07:49
롯데·삼성 등 '그룹' 권한 축소…오너 경영 줄인다
▲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총수의 중앙집권형 경영체제를 유지하던 대기업들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 오너들이 중앙집권 체제를 버리고 계열사들의 자율에 맡기는 경영방식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대기업들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광풍이 몰아치고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10일 오후 일본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에서 “앞으로 롯데그룹은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과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통해 신뢰받는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더해나갈 것”이라며 “총수가 모두 관여하는 중앙집권적 경영이 아닌 현장과 기업 단위의 자율성을 존중함으로써 더 큰 창의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4개 BU(Business Unit)를 구성하고 유사한 성격의 계열사 간 협의체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발표한 경영혁신안에 따라 그룹의 핵심부서인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로 축소하기로 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이후 지난 2월말 경영쇄신안을 통해 그룹의 핵심부서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사실상 ‘그룹’이 사라지게 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이 강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그룹 차원으로 진행했던 임원인사나 사원 채용 역시 각 계열사별로 이뤄지게 됐다.


계열사 사장들이 매주 모이던 수요 사장단 회의도 없어졌고 대신 동종업 계열사 간 사장단 회의가 강화됐다. 이밖에 신임임원 만찬과 사장단 만찬, 연말 CEO 세미나, 간부 승격자 교육,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등도 없어졌다.


특히 미래전략실의 주력업무 중 하나였던 ‘대관업무’도 각 계열사별로 추진하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당시 “그룹의 대관 기능은 로펌은 물론이고 어느 계열사로도 이관되지 않는다”며 “관공서를 상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각사가 알아서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 계열사도 대관업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오너리스크를 줄이고 전문경영인들이 중심이 된 경영환경을 꾸리고 있다.


지난 2014년 2월 최태원 SK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을 때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경영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최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이후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위해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3월 검찰에 출석해 SK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 최 회장의 사면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달 15일 한진칼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와 함께 한진칼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등기이사에서도 사퇴했다.


대한항공 측은 “조 사장이 핵심 영역에 집중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려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진그룹 전체에 제기된 일감 몰아주기로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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