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실손보험 비급여…네 탓 공방에 ‘헛심’

산업 / 이경화 / 2017-06-30 10:20:30
정부 실손보험료 法으로 강제…업계 반발 막을 방안은



▲ <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정부가 그동안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비급여 의료비 표준화 해결에 앞서 내년 상반기 보험료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보험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과잉·허위진료를 유도하는 의료계에 대한 대책이 빠진 반쪽자리 대책이라는 비판이다. 반면 의료계는 잘못 설계된 보험 상품 탓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연내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연계해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는 법을 만들고 올 하반기부터 민간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에 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 2018년 폐지 예정이던 실손보험료 조정폭 규제도 2015년 이전 수준인 ±25%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강보험 비급여의 급여화는 문재인정부의 의료계 개선 공약 중 하나다. 건강보험 강화로 보장이 늘면 민간보험사에서 지출하는 보험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 반사이익만큼 실손 보험료를 내리겠다는 논리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실손보험이 누린 반사이익이 1조5000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그럼에도 실손보험료가 인상(지난해 기준 손보사 19.3%·생보사 17.8%)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정부 시각이다.


“비급여 과잉진료가 손해율 상승 주범”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어불성설이라고 발끈했다. 올해 초부터 4월까지 보험업계 실손보험 손해율은 평균 130%(적정 손해율 80% 초반)대로 공영보험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추정 자료는 의료계의 풍선효과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건보 확대로 급여 항목이 많아지면 소득 보존을 위해 90%에 달하는 의원(보험개발원에 의하면 의원급 비급여 의료비 비중은 52.3%로 최고)의 비급여 항목 진료가 남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인하에 앞서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에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가격 비교가 되지 않는 만큼 비급여 코드화로 의료비 책정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승완 보험개발원 실손의료보험TF 팀장은 “의원급의 경우 건강보험에 비해 실손보험의 비급여 비중이 크고 물리치료를 주로 시행하는 질환의 비급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근골격계 질환에 자주 시행되는 도수·증식치료 등을 비급여 공개대상 항목에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급여 코드의 표준화·이용 의무화와 더불어 비급여 진료비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체계 등 적극적인 통제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손보험 초기 설계부터 잘못돼”


반면 의료계는 쉽게 협조하지 않을 태세다. 보험업계가 애초 상품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병원 탓만 한다고 주장한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보건의료팀장은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주장하는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은 실손보험이 처음 출시된 2007년부터 도덕적 해이(비급여 서비스·법정본인부담금 100% 전액 보장)가 높은 상품을 출시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김 팀장은 “보험사가 실손보험의 도덕적 해이·높은 손해율을 알면서도 상품 판매에 집중한 이유는 단독형이 아닌 통합형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라며 “실손 특약 보험료는 1~3만원에 불과하나 기타 여러 특약을 끼워 파는 통합형으로 7~10만원의 상품으로 구성·판매해 실손 특약 보험료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특약에서는 만회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실손보험이 비급여 팽창을 유발해 현재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손보험의 도입은 기존에 이용량이 많지 않았던 비급여 서비스를 급격히 증가시켰고 실손보험이 환자 본인부담금을 줄여주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비급여 팽창으로 전체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는 효과를 초래했다”면서 “실손보험에 대한 규제와 재편은 금융당국·보험사의 시각이 아닌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정상화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솟는 손해율의 또 다른 원인은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이용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급여화 추진이 건강보험 재정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실손 보험료 인하 추진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비급여항목이 축소되면 실손보험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수요의 감소·보험료 인하보다 건강보험금 감소 문제가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건강보험 재정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급여화 추진·실손보험료 인하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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