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안은 SK하이닉스…밝은 미래와 과제 남아

산업 / 여용준 / 2017-06-22 15:33:35
낸드플래시 영향력 커질 듯…WD 견제·기술공유 숙제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세계 반도체 업계에 돌풍의 핵이었던 도시바 메모리 부문이 SK하이닉스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커졌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일본의 국책은행 등이 모인 한미일 컨소시엄이 지난 21일 도시바 메모리 부문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도시바와 컨소시엄 측은 오는 28일 매각 협상에 들어간 뒤 내년 3월말 매각을 최종 마무리짓게 된다.


매각 협상 단계와 매각 이후에 몇 가지 변수가 예상되지만 도시바 메모리 부문이 SK하이닉스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낸드플래시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5위권에 머물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4%로 1위를 유지했고 SK하이닉스는 11%로 5위에 머물렀다. 이들 사이에는 웨스턴디지털(17.9%)과 도시바(16.5%), 마이크론(11.9%)이 자리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전에 직접 지분 인수가 아닌 융자 제공 형태로 참여한 만큼 단숨에 점유율이 뛰어오르는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위 업체인 도시바의 경영권 일부로 가지고 있어 향후 점유율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의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와 지원, 사업 협력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시바 인수 건에서도 최 회장이 직접 발로 뛴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게 업계 평가다.


또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순 없지만 도시바와의 기술 공유나 사업 제휴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니케이)신문은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의 지분 33.4%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으나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전환 등 주요 의사결정에서 거부권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한 일본 관민펀드인 INCJ는 50.1%, 일본개발은행(DBJ)이 16.5%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다른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하더라도 당장 장밋빛 미래를 열기에는 변수가 많다고 보고 있다.


우선 매각 협상 과정에서 웨스턴디지털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주력공장인 욧카이치공장을 공동운영해 온 가운데 도시바가 자사의 동의를 구해 매각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우선협상자 선정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의 자회사 샌디스크의 동의 없이 조인트벤처의 이익을 제삼자에게 양도할 권리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샌디스크의 동의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웨스턴디지털은 지난달 15일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매각중지 중재신청을 낸 데 이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매각 중단 명령을 요청했다. 법원이 웨스턴디지털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이번 입찰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기술 공유에 있어서 절차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도시바는 메모리 부문 매각에 있어 외국에 기술이 유출되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만 훙하이(폭스콘)와 미국 브로드컴 등도 거액을 베팅했지만 일본의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메모리 부문의 기업가치가 온전히 평가되고 기술 유출 우려가 적으며 일본 고용 확보와 존속의 확실성 등을 근거로 한미일 컨소시엄을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분 인수가 아닌 융자 제공의 형태로 컨소시엄에 참여한 SK하이닉스가 얼마나 도시바의 기술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정서상 “외국 반도체 회사에 일본 기술을 유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직접 지분 인수에 나서지 않은 만큼 기술 공유에 있어 일본 여론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같은 걸림돌을 고려해도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유일한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는 적잖은 실익을 거둘 거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일 연합엔 1000억 엔 이상의 돈을 댄 투자자가 6곳이 넘는 걸로 알려져 있어 특정 회사가 주도권을 쥐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투자자 중에선 SK하이닉스가 유일한 반도체 회사니만큼 기술 공유나 사업 제휴의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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