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재벌들 '몸사리기'

산업 / 여용준 / 2017-06-16 13:13:17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력한 의지…'기업집단국' 신설
▲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이동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공정위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문회 당시부터 이른바 4대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만큼 대기업을 상대로 한 제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이같은 움직을 감지한 듯, 재벌가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후보자 청문회 당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행위(일감 몰아주기) 금지와 관련한 예외 규정에 대해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란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다른 계열사가 납품 물량을 일방적으로 몰아줘 결국 총수 가족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불공정행위를 말한다.


김 위원장은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강화한 것이 필요하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인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요건에 대해서는 기존 30%에서 20%로 낮춰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서로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학자로서의 유연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재벌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대신 직접 재벌 총수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하도급업체나 납품업체들이 가까스로 생존만 가능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강요받는 현실은 일방적인 제재만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 공정위 안팎의 지적이다.


산업 전반이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상생을 위한 대타협을 이뤄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공정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강화를 예고하자 기업들도 크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15일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한진칼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에서는 등기이사직도 물러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오너 경영’ 체제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사장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11월 공정위의 제재조치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둔 포석이자 새 정부의 재벌개혁 칼날을 비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공정위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대한항공과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본격적으로 닥칠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일감 몰아주기’ 관련 비판받을 부분을 미리 정리해 스스로 개혁 의지를 보여 사정 칼날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밖에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 기업들 역시 공정위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8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그동안 재벌과 대기업은 일감을 몰아주기나 떼어주기를 통해 편법으로 부를 승계했다”며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강조한 만큼 관련 법령을 개정해 즉각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자동차와 롯데, 하림 등을 지목하며 “현대자동차는 현대글로비스에 물류 업무를 몰아주고 롯데시네마는 매점 내 일감을 떼어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25살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 중 현대자동차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인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요건에 대해서는 기존 30%에서 20%로 낮춰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준이 확대되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 총수 일가 지분을 30% 턱밑까지 채워 제재를 받지 않는 상장사들도 공정위의 규제 ‘사선’에 오르게 된다.


현대차 계열사 외에도 총수의 지분이 20%가 넘는 계열사들로는 롯데쇼핑(22.24%), 롯데제과(22.38%), 신세계(28.05%), 이마트(28.05%), GS건설(27.90%), 아이콘트롤스(29.89%, 현대산업개발 계열사), KCC건설(29.99%), 영풍(28.61%), 현대그린푸드(29.92%) 등이 있다. 이들은 다른 계열사와 200억원 이상 거래한 이력이 있다.


롯데그룹은 경영 투명성 확보와 일감 몰아주기 불식을 위해 기업의 분할·합병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며 현대차그룹도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취임 후 대기업 전담부서인 ‘조사국’을 ‘기업집단국’으로 이름을 바꿔 부활시키기로 했다. 기업집단국은 앞으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조사와 경제분석을 총괄하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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