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 혹시 ‘꼼수’ 아냐?

오피니언 / 한창희 / 2012-11-23 17:50:40
<한창희의 생각바꾸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 11월6일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는 2014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5만여 명의 정치지망생들과 지방분권시대가 도래하길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문재인 후보는 기초의원에 한해서만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단다.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른 채 남이 장에 가니까 마지못해 장에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무소속으로 기존정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도 없다. 원칙대로 국민이 원하는 대로 공약을 하면 된다. 그런데 처음에는 기초의원만 정당공천을 폐지한다고 공약했다. 前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의 강력한 요청으로 나중에 추가로 기초단체장도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다. 아직 정치철학이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은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정당공천을 하든 안하든 동일한 법규를 적용해야 한다. 기초단체장이 광역의원보다 선거구가 넓은데도 불구하고, 기초선거에 대해서는 정당공천배제를 주장하고, 광역의원은 제외한 데는 이유가 있다. 광역의원은 광역단체장을 견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역단체장과 동일한 법규를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 광역단체장은 정당이 공천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기초의원만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숫자가 많은 기초의원은 정당공천배제를 공약하여 국민적 비난 즉 역풍은 피해가고 기초단체장은 정당공천제를 유지하여 기초자치단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계속 유지해 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문재인 후보가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을 계속 고집할 경우 이번 선거에서 상당한 감표요인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도 겉으로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을 배제하여 정치쇄신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정성이 있는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고 이를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지방선거에서 당의 부당한 공천에 불복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들의 복당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복당거부도 일관성이 없다. 당협위원장의 뜻에 달렸단다. 어느 지역은 되고 어느 지역은 안된단다. 탈당하여 당을 옮긴 사람은 합당으로 재입당이 되었다. 원칙도 없다. 공당이 아닌 사당(私黨)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복당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직단체장들과의 마찰, 당협위원장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다. 공천에 개입할 의사가 있으니까 불편한 것이지, 그럴 의사도 없는데 불편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대선을 앞에 두고 영입하여 득표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


단적인 예로, 민주당의 한광옥, 김경재 전의원등 적장은 영입하면서 자기 집 식구들은 대사를 앞에 두고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 선언이 왠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마치 고단수의 정치꼼수처럼 보인다.


정당과 국회의원이 인기가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국민적 비난이 있어도 자기들 밥그릇은 악착같이 챙기고,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공천을 미끼로 보이지 않는 자금줄 역할을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영향력을 미치고, 지방의원을 선거운동원으로 활용하는 엄청난 기득권을 쉽게 내려놓을 리가 없다.


결국 구호로만 정치쇄신을 외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후보는 그래도 당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당권 즉 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장악하여 기초선거 정당공천배제라는 정치쇄신안이라도 발표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국회의원들 눈치 보느라 눈감고 아웅 하는 식으로 기초의원만 정당공천을 폐지한다고 어정쩡한 공약을 하고만 것이다.


반쪽이 아닌 완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지방분권시대를 열어가고, 보통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문화의 대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배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쇄신을 주장하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진정성 있게 기초선거의 정당공천배제를 공약하고 반드시 그 공약을 실천하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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