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 ‘보호 vs 규제’, 올해도 논란

산업 / 여용준 / 2017-01-06 15:07:45
'징벌배상제' 기준 애매…소송남발·블랙컨슈머 우려<br>대체복무제 폐지, 중기업계 '반발'
▲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가습기 피해자 사망자 수가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정부의 책임 수사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올해 정부가 수많은 경제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이것이 기업과 소상공인 경제활동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본 업계에서는 다시 한 번 긴장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2017년 업무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징벌배상제를 제조물책임법에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고의 과실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제조사에 최대 3배의 무거운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조물책임법상 징벌배상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급격하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고의성에 대한 판단 기준과 관련 “가습기살균제처럼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걸 인지한 상황에서 만든 뒤 주의도 없이 사용하게 만들었으면 고의성이 입증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징벌배상제를 두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참여연대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은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 국회는 법적 상한 없는 진정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현재 발의된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률안들은 배상액을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배수를 기준으로 상한을 두고 있어 가습기 참사처럼 생명ㆍ신체에 의도적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 충분히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소송남발과 블랙컨슈머 등 법이 악용될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310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제조물책임(PL) 대응실태 및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36.8%가 소비자 피해구제제도 도입 시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소송 남용과 블랙컨슈머(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고의로 기업 민원을 제기하는 악성 소비자) 증가’를 꼽았다.


이어 소송 대응 여력 부족(29.7%), 경영활동 위축(19.7%), 배상액 급증으로 인한 부도 위험(7.1%), 기술이나 영업상 비밀 유출 우려(3.5%), 기업 이미지 저하(3.2%) 등이 거론됐다.


윤현욱 중기중앙회 공제기획실장은 “최근 대법원이 사회적 분위기를 수용해 악의적 영리 기업 제품 피해 소비자에 대한 위자료 수준을 최대 9억 원까지 상향하는 등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제 성격의 위자료 산정방안을 확정했다”며 “이외에 별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적용되면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가 병역 대체복무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소기업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방부는 2023년까지 산업기능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같은 병역특례요원 복무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간 선발 규모가 2만8000명에 달하는 대체복무요원과 전환복무요원을 모두 현역으로 전환해 부족한 병력을 보충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과학기술계에서는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변하는 대과연은 국방부의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에 대해 큰 우려와 함께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성명을 냈다.


중소기업 측은 지난 5일 “대체복무제도가 폐지되면 이 제도를 통해 고졸자 등을 채용하던 중소기업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같은 정부의 법안은 지난해 ‘김영란법’에 따른 논란을 연상시킨다.


부정청탁을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김영란법’은 지금까지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사며 논란꺼리로 남아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김영란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카드 사용액 보면 아직 소비의 큰 변화는 없는데 외식업과 요식업 매출 감소가 있는 것 같다”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건의가 나온 만큼 권익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김영란법에 대한 보완방안을 마련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행령을 고치는 것은 권익위가 판단을 내려줘야 하는데, 실태조사 끝나고 의견을 들어보면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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