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일파만파’

산업 / 정창규 / 2015-09-23 18:16:13
美, 대규모 리콜명령·판매 중단… 韓 정부, 전면 재조사 착수

미국 법무부, ‘의도적 범죄’ 가능성 무게 수사
독일언론, 마틴 빈터콘 CEO 사임설 제기


[토요경제신문=정창규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폭스바겐 제타와 비틀, 골프, 파사트, 아우디 A3 디젤 차량이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명령을 받고 판매가 중단되는가 하면, 미국과 독일 등 각국 당국이 잇따라 조사에 착수하고 나섰다. 국내서도 이와 관련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 당국이 전면 재조사에 착수했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문제가 된 차종의 배출가스가 어느 정도인지 국내에서도 10월 중 배출가스를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증 차종은 폭스바겐의 △골프 △제타와 아우디 A3 모델 등 3개 차종으로 국내에서 5만9000여 대가 팔린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 검사에서 배출가스 정보를 조작하는 자동차 소트프웨어가 발견됐다”며 “리콜 조치를 비롯해 180억 달러(한화 약 21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검사 때만 가스 저감장치 작동


EPA는 디젤 엔진 배기가스 검사시에만 차량의 배출 통제 시스템을 최대로 가동하고, 평상시에는 배출 통제 시스템 작동을 중지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프웨어를 장착한 차량의 도로주행 배기가스 배출량은 검사 때보다 최대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배출가스 정보 조작 모델은 2008년 이후 미국에서 약 48만 2000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차종은 폭스바겐 △골프·제타·비틀(2009~2015년형) △파사트(2014~2015년형) △아우디 A3(2009~2015년형) 등 5개 차종이다.
이번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발생하자 외신들은 연일 ‘그동안 폭스바겐 측이 강조해 온 친환경 엔진 캠페인에 의문을 갖게됐다’고 혹평을 내놓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폴크스바겐은 전 세계적으로 자사 디젤 차량 약 1100만대가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로 배출가스 테스트를 통과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에 대비해 3분기 기준으로 65억유로(약 8조6109억원)를 유보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 에서 판매한 골프 모델에도 미국과 같은 엔진이 채택돼 있지만 관련 소프트웨어 등은 미국 모델과 다른 유럽형 모델이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꺼리고 있다. 다만 미국 모델과 다른 만큼 리콜 대상이 아니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비 부풀리기’ 이어 ‘배출가스 조작’ 논란… 국내 신뢰도 ‘뚝’

앞서 ‘뻥 연비’ 논란을 겪은 국내 소비자들은 이번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이래저래 폭스바겐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연비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7월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연비를 18.9㎞/ℓ에서 16.1㎞/ℓ(17인치 타이어)로 낮춰 등록했다.
이전보다 14.8% 하향 조정한 수치다. 당시 연비를 낮춘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유로5 모델로, 국내 출시 이후 줄곧 연비 18.9㎞/ℓ로 안내됐다.
이를 두고 폭스바겐코리아가 ‘뻥 연비’를 앞세워 차를 팔아왔다는 소비자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당시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자동차 모델의 상세사양의 연비를 표기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등록한 연비는 9월 출시되는 유로6 엔진이 장착된 새로운 모델의 연비”라며 “담당자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혼선이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링 SUV 모델인 티구안도 올해 초 구설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를 포함해 수입차 4개 차종에 대해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를 수용한 바 있다.


디젤 차량 전반에 대한 외면 이어질 수도


이번 사태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서 디젤 차량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가장 선진화된 디젤 기술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는 독일의 대표주자격인 폭스바겐에서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조작극을 펼친 상황”이라며 “비단 폭스바겐만의 ‘꼼수’ 였는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디젤 차량 전반에 걸쳐 전수조사를 실시해 소비자들의 불신을 완전히 씻고 가는 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올해 연말을 넘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국 환경당국이 나서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에 대한 검증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기존의 리콜조치처럼 단순하게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에 대한 공방도 최소한 수 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의도적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폭스바겐그룹의 최고 경영진들이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틴 빈터콘 CEO에 대한 사임설도 독일 언론을 통해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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