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풍전등화', 연말은 '겨울왕국'…'최순실 게이트' 탓

산업 / 여용준 / 2016-11-29 11:57:22
재계, 국조 준비에 연말 채비 '올스톱'…보너스, 없거나 줄어<br>쇼핑·연말모임 급감…김영란법·촛불집회 여파
▲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5차 촛불집회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재계와 서민경제 등 나라 전체가 ‘얼어붙은 겨울’을 나게 됐다.


재계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로 연말인사와 내년 계획에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고 서민경제는 김영란법과 경기악화로 꽁꽁 얼어붙었다.


일부 그룹사의 경우 오너(총수)가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채택되고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경영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통상 매년 12월 초에 하던 그룹 사장단·임원 인사를 중순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삼성뿐 아니라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일부 다른 그룹들도 인사를 늦추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아예 해를 넘기는 그룹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갤럭시노트7의 조기 단종(斷種) 사태로 성과급 규모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급 시기도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국조 출석이 예정된 가운데 올해 그룹 출범 후 처음으로 연말에 하던 해외주재원 교육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매년 연말이면 약 900명에 달하는 해외주재원을 본사로 불러 글로벌 시장 상황과 판매전략 등을 공유해왔는데 올해는 현지 대응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임원들이 연봉의 10%를 자진 삭감하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경영을 하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 노조는 이 와중에 또 한 차례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수차례 파업 끝에 어렵사리 임금 협상을 매듭지었지만 두 회사 노조가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노동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더 많이 나왔지만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총파업 참여 안건을 가결하면서 참여하게 됐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 실적이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란 점에서 현대차의 위기감은 더 크다.


연말로 예정됐던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심사는 지난해 두 차례 치러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선정 결과를 두고 특혜와 로비 의혹으로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면세점 의혹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은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연말 인사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이 이처럼 위기를 겪으면서 연말 보너스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기업 331개 사를 대상으로 연말 보너스 지급 계획을 조사한 결과 63.4%가 ‘지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19.5%는 지난해는 보너스를 지급했으나 올해는 주지 않겠다는 기업이었다.


올해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는 ‘회사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서’(32.9%·복수응답), ‘정기 지급 규정이 없어서’(31.9%)가 많았다. 또 ‘회사 경영 실적이 나빠져서’(22.4%), ‘올해 목표실적 달성에 실패해서’(17.1%), ‘다른 상여금을 지급했거나 계획 중이어서’(10%) 등이 뒤를 이었다.


연말 준비로 한창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올해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쇼핑에 나서는 발길이 줄어든데다 연일 이어진 촛불집회로 주말 인파도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만 주최 측 추산 150만명(경찰 추산 27만명),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모인 가운데 롯데백화점 전체 점포 매출은 지난해보다 8.2% 감소했다. 집회가 열린 도심에 있는 소공동 본점 매출은 11.1%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지난 26일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1.4% 감소했고 서울 중구 본점 매출은 5.5%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은 주요 점포가 압구정동, 삼성동 등 도심과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지난 26일 매출은 지난해보다 4.3% 감소했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TV홈쇼핑 주말 매출도 줄었다.


지난 26일 오후 6~10시 현대홈쇼핑 매출은 지난해 대비 13.7% 감소했다. 목표 매출 달성률도 지난해 121%보다 낮은 99%였다.


앞서 지난 12일과 19일에는 매출은 지난해보다 신장했지만 달성률이 목표치에 못 미쳤다.


GS홈쇼핑에서도 주말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토요일 저녁시간대 매출이 기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홈쇼핑 채널에서도 집회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26일 저녁시간대 매출이 약 18% 감소했고 지난 3주간 토요일 저녁시간대 매출은 약 30%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2016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기업과 시민들의 주머니가 꽁꽁 얼어붙자 송년회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줄어들었다. 특히 어수선한 분위기에 ‘김영란법’까지 맞물리면서 식당들의 송년모임 예약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누리꾼들은 “나라가 풍전등화인데 무슨 송년회냐”며 “촛불집회로 송년모임을 대신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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