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성년자는 벼슬이 아닌데…

오피니언 / 유상석 / 2012-11-16 15:01:09

얼마 전, 중국을 여행하던 때의 일이다. 비행기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데, 옆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비행기를 기다리던 승객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20대로 보이는 남녀가 언성을 높이고 삿대질을 해가며 다투고 있었는데, 감정이 격해진 남자가 여자를 손찌검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도 누구 하나 나서서 남자를 제지하려하지 않았다. 현지에 거주하던 지인은 “중국인들에게는 자기 일이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인식되고 있다 자기 일도 아닌데 괜히 끼어들었다가 손해를 볼 수 있는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네티즌은 한국인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의 기이한 현상이나 중국인의 해괴한 행동을 ‘대륙의 기상’이라고 칭하며 웃음거리로 삼곤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대륙’ 운운하며 웃어넘기긴 어려워 보인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학원강사가 흡연 중학생들을 훈계하다가 폭행 혐의로 입건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길을 걷다가 중학생들의 흡연 모습을 목격한 이 강사는, 나름 교육자로서의 사명 의식을 갖고 ‘어린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흡연하면 되겠느냐’고 훈계했는데,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나냐’고 대들며, 그를 둘러싼 채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더란다.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한 학생을 밀쳤을 뿐인데, 그 이유로 이 강사가 폭행범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해당 학생의 부모는 오히려 ‘합의’ 운운하며 큰 소리를 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년범죄에 대해 우리나라의 법은 지나치게 관대한 면이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그놈의 청소년보호법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사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책임을 감해주는 내용의 법이 아니다. ‘청소년에게 유해물질 판매하지 말고, 해로운 장소에 출입시키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고보니 현행 법조문에서 ‘청소년이니까 봐줘야 한다’는 내용을 찾기가 어렵다. 굳이 찾는다면 형법 제9조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와 소년법 제59조의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하여 사형 또는 무기형(無期刑)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 정도가 전부다. 형사절차나 행형과 관련된 내용은 별론으로 한다.


그런데도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죄소년을 관대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범죄소년에 대한 관대함이 도를 지나쳐, 피해자를 두 번 울린다는 점은 새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소년법은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습성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는 습관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는 만 10세 이상 소년을 ‘우범소년’으로 규정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우범소년을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이 나서서 훈계하기에 앞서, 수사기관이 먼저 나서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특히 훈계하는 어른에게 무리지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청소년들은, 이미 ‘우범소년’이 아니라 ‘범죄소년’이다. 형사처벌 대상이란 얘기다.


그리고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정당행위’ 규정을 두고 있다. 비행청소년을 훈계하는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하는 행위’라고 보긴 어렵다. 훈계 과정에서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한 건에 대해서는 ‘정당행위’로 보고,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뭔데 우리 아이를 건드리냐”며 합의 운운하는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은 虎父無犬子(호부무견자)라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호랑이 아비 밑에 개 같은 자식은 없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자면, 개 같은 자식 위에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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