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22일’…관망·호황·돌파·혼란 등 반응 ‘제각각’

산업 / 여용준 / 2016-10-20 15:57:45
▲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영란 전 대법관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독자들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고 20여일이 지난 가운데 사회 전반에서 변화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요식·유흥업계는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살 길을 찾으려 모색하고 있고 레저업계와 학원 등은 회식이 줄어든 직장인들의 등록이 이어지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쇼핑할 시간조차 없었던 직장인들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찾자 유통업도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김영란법’으로 인한 혼란을 겪고 있으며 불미스런 사태를 막기 위한 교육과 세미나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식당 ‘불황 속 돌파구 모색’…취미·여가 ‘호황’


청탁금지법 시행에 맞춰 일명 ‘김영란세트’를 앞 다퉈 선보인 광화문, 여의도 일대 음식점들은 대체로 “고객 반응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특히 고급 음식점들의 경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탓에 개인적으로 식사 약속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었고 아예 가격대가 저렴한 음식점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 ‘영란 메뉴’가 매출 증대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3만 원짜리 풀코스 세트메뉴를 출시한 불고기 체인점 불고기브라더스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외식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우리는 타격이 거의 없다”며 “기존에도 메뉴가 1만~2만 원대로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김영란법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매출 유지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음식점들이 불황에 허덕이는 한편 1만원 이하 메뉴를 파는 음식점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종로의 한 직장인은 “광화문 쪽은 아무래도 비싸서 종로 쪽으로 많이 간다”며 “거래처랑 먹을 때는 아무래도 금액을 많이 보게 되고요. 금액에 맞춰서 먹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레저스포츠 업계와 학원·대형마트·쇼핑몰 등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회식이 줄어들면서 일찍 퇴근한 직장인들이 자기계발과 여가에 시간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스포츠 클라이밍 강사는 “평일 저녁에는 퇴근하고 운동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제일 많이 있다”며 “과거에 비해서 확실히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 시내 한 어학원 강사는 “직장인 수강은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 추세에 맞춰서 비즈니스 중국어라든지 전문 용어도 배울 수 있는 중국어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도 김영란법 이후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추세다.


이마트 관계자는 “김영란법 이후 간편 가정식의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며 “다른 부문도 매출이 감소하거나 방문객이 줄어든 점은 없다”고 말했다.



◇ 제약업계, 관련법 충돌 ‘혼란’…국회의원, 지역구 활동 ‘난항’


직장인들과 식품·유통업계가 김영란법에 발 빠르게 적응해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는 김영란법과 약사법이 충돌하면서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기존 공정경쟁규약은 약사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약사법과 청탁금지법 조항이 일부 충돌하면서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청탁금지법과 약사법의 식사비 상한은 각각 3만원과 10만원으로 다르다.


청탁금지법에는 국공립대나 사립학교 소속 의료인, 즉 대학병원 교수들이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제약사들은 이들과 식사할 때 약사법에 따라 10만원 한도를 적용했다. 그 이상은 리베이트로 보고 양쪽이 ‘쌍벌제’로 처벌받았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당장 식사비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은 기존 법률이 있는 경우 그 법을 우선한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약사법에 맞춰도 상관없다고들 하지만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식사비처럼 두 법이 충돌할 경우에는 보수적인 쪽에 맞추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도 지역구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이므로 부정청탁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했음에도 기획재정부는 쪽지예산이 부정청탁에 해당해 김영란법에 위반된다며 이를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자 국회의원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허갑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총무여성지원실장은 “청탁금지법이 어떤 것은 허용하고 어떤 것은 금지하는 등 애매모호해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 ‘감사의 선물’도 위반(?)…신고사례 이어져


김영란법과 관련해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 고발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첫 날인 지난달 28일 강원도 춘천에서는 수사관에게 시가를 알 수 없는 떡 한 상자가 배달됐다. 해당 수사관은 떡을 즉시 돌려보내고 청문감사실에 서면으로 자진 신고를 했다.


이 떡은 고소인 조씨가 지인을 통해 보낸 것으로 자신을 배려해준 수사관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보낸 것이다.


춘천경찰서는 지난 18일 춘천지방법원에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부과 의뢰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20일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영양군체육회가 군수배 골프대회를 열면서 물품 등을 협찬 받아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또 20일 수원지검에 따르면 지난 17일 형사부 소속 수사관 A씨의 사무실 책상 자리에 4000원 상당의 테이크아웃 커피 2잔이 올려져 있었던 것을 보고 김영란법 위반을 우려해 이 커피를 마시지 않고 청탁방지 담당관에 신고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4일 김영란법과 관련해 혼선을 없애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법무부·법제처 중심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유권해석 전담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법 시행 초기이고, 적용 대상자가 400여만명에 이르다 보니 일부 혼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법령 해석에 대해 법무부·법제처 등과 협력 체계를 갖춰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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