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본시장법 제71조…증권맨의 ‘덫’

증권·자본시장 / 전은정 / 2015-11-23 11:36:22

고객편의 봐주며 실적 쌓기


“징벌강화, 명확한 규정 필요”


[토요경제신문=전은정 기자] ‘자본시장법은 자본시장에서의 금융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 또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을 높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


법제처에 명시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존재이유다.
자본시장법 제71조 및 동법 시행령 제68조에 의하면 ▲증권의 인수계약을 체결한 발행인이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예비투자설명서 및 간이투자설명서를 포함)에 허위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누락하는 행위 ▲금융투자업자가 증권의 매매, 그밖에 거래와 관련해 손실을 보전하거나 이익을 보장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는 자본시장법의 덫에 해마다 걸리고 있다.
이들은 과징금을 물면서 재발방지 교육으로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을 비껴가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고객 눈치 보며 실적 쌓으려면….”
증권사들은 고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실적을 쌓기 위해 법규를 위반한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어 매매주문 수탁의 경우 투자중개업자는 위임장 등으로 매매주문의 정당한 권한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자를 제외하고는 계좌명의인 이외의 자로부터 매매거래의 위탁을 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거래자의 실지명의가 아닌 지인이나 해당 직원의 명의로 매매주문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최근 증권사 모 지점 과장은 40여개 계좌에서 6개 주식의 매매 주문을 수탁하면서 계좌명의인으로부터 매매주문대리인 지정에 필요한 서면 등을 받지 않고 600회 이상 매매주문을 수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서면이나 도장을 받는 절차를 생략해 문제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문 수탁 시 고객이 주문 내용을 자세히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고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주문을 받아들여 이런 일이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삼성·대우증권, 제71조 위반 ‘TOP’
자기자본 기준(6월 말) 상위 5개 증권사의 2012~2015년 상반기 자본시장법 제71조 제재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이 3건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투자증권(2건), 한국투자증권(1건)도 위반 사례가 있었으며, 현대증권은 없었다.
전체적인 제재건수는 NH투자증권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자본시장법 제71조를 비롯해 제제68조, 제98조 등을 위반했다.
삼성증권(11건), KDB대우증권(10건), 한국투자증권(5건), 현대증권(4건)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과징금 부과 및 해당 직원 감봉·경고 등의 징계를 받았다.
자본시장법 제71조를 위반 사례를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은 매매주문 수탁 부적정, 고객 매매주문 정보 제3자 제공 금지 위반, 회사채 인수업무 관련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위반 등으로 제재를 받았다.
총 23억원의 과태료를 납부했으며 유의사항 공지 등 임직원 교육 강화 등의 시행조치가 있었다.
삼성증권은 26억원의 과징금을 냈다.
매매주문 수탁 부적정, 소액채권 신고시장가격 제출과정에서의 불건전 행위 등을 위반했다.
KDB대우증권은 41억원의 과징금을 지급했다.
매매주문 수탁 부적정 행위, 소액채권 신고시장가격 제출과정에서의 불건전 영업행위, 대표주관회사의 인수업무처리 부적정 등으로 제재를 받았다. 관련 직원 1~2명의 경고·주의 징계요구가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소액채권 신고시장가격 제출과정에서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기관주의 및 담당직원 징계 처벌이 있었다.
과징금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2조를 위반한 사항에 부과됐다. 소액채권 전담회원의 금리담합 등 부당한 행위 1건에 대해 납부했다.
그 외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금지 위반, 금융투자협회에 대한 영업 및 업무에 관한 징계 보고 누락 등에 대해서는 과징금 없이 회원주의, 기관주의·경고 등의 조치만 받았다.
현대증권은 20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했다.
현대증권은 사채 인수 후 공시 의무 위반과 금융투자상품 매매관련 불건전 영업행위 등으로 자본시장법 제449조를 2건 위반했으며, 향후 규정준수를 약속했다.
범죄 만연…“행정적 제재 미약”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에 대한 징벌사항을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이 만연하지만 행정적 제재는 미약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불공정거래의 경우 관련 범죄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큰 규모의 금전적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대부분의 불공정거래 사건은 주로 경미한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처리되고 있어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강도가 약하다”면서 “불공정거래의 효율적 규제를 위해서는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부담해야 할 불이익을 더 크게 하는 금전적 제재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도 “징벌적 과징금 등 제재를 추가 도입하고 증권업계 스스로 자율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대상이 지나치게 넓은 점도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대상이 너무 넓어 당국의 재량에 따라 제재 여부가 좌우될 우려가 있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한 일관성있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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