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임직원,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 ‘논란’

산업 / 장우진 / 2011-07-18 08:32:34
‘은행법-금융지주사법’...‘은행 금지…비은행 허용’ 모순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이 자회사의 사외이사 겸직을 맡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들이 법의 모순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임직원이 자회사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간 법적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은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금융지주사들은 이를 교묘히 이용하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을 계속하고 있다.
사외이사란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로 독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법적 모순에 대한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이를 이용한 지주사의 편법 사외이사 선임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은행법-금융지주사법 모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5월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의 사외이사 겸직과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은행법과 은행지주회사법의 법적 모순 때문이다.
현재 은행법을 보면 2010년 개정안에서 은행지주회사의 상임 임직원이 자은행 사외이사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회사법에는 ‘기타 금융관련 법령에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이 당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등 임직원이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논란이 야기되기에 충분하다.
또, 기존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상호저축은행법 등에도 ‘계열회사의 임직원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어 금융지주사법과 모순이 있다.
이 문제에 당시 금융위원회는 ‘은행은 금지, 비은행은 허용’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자은행 사외이사법은 은행법에 의해 금지되지만 은행 외 자회사에 대해서는 금융지주사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6월 은행과 비은행 사이 규제 격차가 존재하는 이유를 공개질의 했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 이외의 자회사에 대해서도 (금융지주사의) 임직원이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할 지에 대해 현재 추진 중인 ‘(가칭)금융회사지배구조법(안)’에서 검토 중이다”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경제계혁연대가 문제제기를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금융회사지배구조법(안)’은 여전히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 금융위가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지주사 임직원, 사외이사까지 “식구 챙기기”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1일 기준으로 5개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회이사 현황을 조사했다.
지난해에는 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회사의 12개 자회사 중 17개 사외이사 직책을 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임직원 11명이 총 9개 자회사에서 13개 사외이사 직책을 겸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 산하의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지주 산하의 하나SK카드, 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의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운용지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5개사는 편법을 동원해 사외이사 비율을 맞춰 문제가 되고 있다. 현 금융지주사법에 의하면 ‘사외이사가 총 이사 수의 1/2 이상 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위 5개사는 금융지주회사 임직원의 사외이사 겸직을 통해 위 법적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결국 이사회의 구성은 과반수 이상이 당 금융지주회사의 임직원이 되는 셈이다. 이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법의 모순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 및 독립성을 사실상 위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위 5개사 중 신한금융지주 산하의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의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운용지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4개 회사의 경우는 지주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완전자회사다.
이런 경우를 위해 금융지주사법에는 금융지주회사 조직의 효율적 경영을 위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 등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면제’라고 명시돼 있어 지배구조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특례를 이용하지 않고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로 한 이상 ‘계열사 임직원의 사외이사 겸직 금지’라는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완전 모자관계라는 이유로 사외이사 겸직을 합리화할 수 없는 것이다.


◇“금융위, 책임감 갖고 움직여야”


사외이사란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그 취지가 있어 무엇보다도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법적 모순이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이를 편법 이용한 금융지주회사의 행태로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지주회사 임직원이 자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진짜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지 못함에 따라 결국 이사회의 경제 기능이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안)’에서는 금융회사 이사의 유형을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사외이사’로 구분하고, 지주회사 임직원이 자회사의 비상임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허용하되 사외이사 겸직은 금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비교적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계속 논의만 되고 있을 뿐 ‘금융회사지배구조법(안)’과 관련된 실체가 밖으로 드러난 적은 없다. 개정안이 지연될수록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사외이사 제도는 계속 모순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금융지주회사들은 완전자회사의 경우 지배구조 특례의 혜택을 원하지만 금융위가 사실상 이를 불허하는 대신, 지주회사 임직원의 사외이사 겸직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법 따로, 현실 따로’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금융위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으며 “조속히 금융관계법령들을 손질하거나, 금융회사지배구조법률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편법적으로 사외이사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금융자회사들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사외이사 제도의 원래 취지에 맞게 독립된 외부인사를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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