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 자리다툼에 서민경제는 없다

산업 / 권희용 / 2014-06-16 14:06:51

대통령중심제인 나라에서 집권자와 그가 소속된 정당의 권한은 막강하다.

그 권력의 크기와 파급효과가 너무 커서 시도 때도 없이 시비의 대상으로 불거지곤 한다. 특히 야당의 공격이 야무지기 일쑤인데다가 이따금 학계 혹은 재야로부터의 항의가 만만찮다.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의 경우가 그 대표적이다. 민주화된 마당에 대통령 마음대로 국민과 나라를 통치의 대상으로만 여겨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내각제로의 전환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기도 했지만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는 절차에 막혀 논의만 무성하다가 말았다.

생각해보면 정치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존의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있는 문제일 뿐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인치를 휘두르는 위정자들이 존재하는 한 제도가 어떤 것인가는 논외일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중심제를 경험했던 나라였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명령하나로 민주주의 국가의 근본인 삼부(입법, 사법, 행정)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시절이 있었다.

소위 정치적 행위는 그 1인에 의해 판단되고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리 멀지않은 과거의 일이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는 턱도 없는 일이 되었다. 그 시절에는 그 1인이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작금에 대한민국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각료선임 정도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뚝딱 해치울 수 있는 문제였다. 경제도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 위력에 힘을 받아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가 우뚝 설 수 있었다는 평가에 이의를 다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만큼 모범적(?)인 대통령중심제를 경험한 나라라가 우리였다.

그런데 오늘의 시국형편은 당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위해 발탁한 인사에 대해 가타부타 시비를 걸고 나오는 게 당연시 되는 세상이 되었다. 발탁인사의 이름이 발표되는 순간 ‘내가 꼭 사퇴하도록 하겠다’고 공언을 하는 야권인사도 있을 정도이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야당이 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소위 청문회법이 생기면서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청문회법이 생긴 이래 대통령의 사람들로 짜여 지는 내각구성이 만만치 않게 되었다. 대통령으로부터 지명만 되지 않았다면 고결한 인품의 사람으로 존경받아가며 살았을 인사가 청문회에 나갔다가 하루아침에 호박씨 깐 인간으로 전락되는 예가 허다했다.

그러니 이제는 입각제의를 받는데도 안하겠다는 인사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도 영 마땅찮게 여기는 사람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태를 두고 세상이 맑아지는 증거라고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대통령이 나라 꾸려가겠다고 인재를 구하는 일에 지난 결함을 꼬치꼬치 따진다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못마땅해 하는 국민도 없지 않다.

제일 큰 문제는 인사난항 와중에 표류하는 경제이다. 과거 대외의존도가 유난히 큰 우리나라는 오직 수출만이 살 길이었다. 그래서 집권자는 매일 수출실적을 보고받고 또 지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수출을 많이 하고 잘하는 기업과 기업인이 대우를 받았다. 경제가 갈팡질팡할 때면 예외 없이 집권자가 한마디 했다. 각료들은 그 말씀을 받아 적어 소관부처산하 기업에 지시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러면 오래지않아 효과가 나타났다. 수출고가 올라갔고, 고용이 창출되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 같지만, 당시에는 가능했던 시스템이 있었다. 개발도상국의 1인 통치시스템이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요즘 세상에는 집권자가 되려는 후보자는 “집권 중에는 경제부흥에 온 힘을 쏟겠다.”고 해야 자격이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경제정책에 온 힘을 써도 제대로 되는 예가 거의 없다. 그만큼 경제는 위정자들의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위정자들은 경제는 뒷전이고, 오직 자리다툼에 골몰하고 있다. 서민경제가 위태위태하고 환율 불안으로 수출이 바닥을 기고 있는데, 앞장서야 할 그들은 엉뚱한 일에 빠져있다. 대한민국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서민의 한숨이 위정자들에게 전해질 날이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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