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 규제개혁 대통령이 끝까지 챙겨야 한다

산업 / 권희용 / 2014-03-24 14:30:53

농사철이 왔다. 부지런한 농사꾼은 제일 먼저 도랑부터 손질한다.

행여 봄장마에 대비한 일이다. 도랑이 깔끔하면 봄장마로 해서 파종한 씨앗이 유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개혁을 제대로 하겠다고 한다.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사업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풀어버리겠다는 기세다.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자는 것이다. 일자리가 만들어 지지 않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각종 규제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일견 맞는 진단이기도 하다. 사업하는 사람치고 난마처럼 얽힌 규제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기진맥진해서 의욕을 상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기 쉬운 말로 젊은이들에게 벤처정신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부추기기 일쑤다. 정작 젊은이 들이 사무실을 얻고 사업전전에 뛰어들면서부터 고난(?)이 시작된다.

제일 먼저 대관(對官)업무로 해서 엄청난 힘을 빼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건 저기에 걸리고, 저건 여기에 걸리는 식으로 공무원들과의 싸움 때문에 정작 경쟁력 키우기는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라는 하소연이다. 그래서 소위 이런 일을 전담한다는 전문가에게 맡기게 마련이지만 그때부터 지불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지가 맞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창업초기비용이 부담이 되어 꿈을 접는 젊은이가 적잖다는 것이다.

정부는 말로는 도전하라고 되 뇌이지만 쓸데없이 규제라는 지뢰를 도처에 묻어놓고 신생기업의 앞길을 막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생기업이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출범한다는 것은 기존의 경쟁제품보다 장점이 있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을 만한 장점이 있다고 믿기에 도전하는 말이다.

오직 소비자를 위한 도전인 셈이다. 그렇다면 민주국가에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신생기업들의 자생력을 북돋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신생기업에게 기존업체의 잣대를 들이대고 성장여지를 가로막는 작태를 한다는 데에 불만이 크다.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이다. 현행법이 그렇고 관례가 그렇기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는 대답뿐인 것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규제관련법 때문에 이제는 고용창출도 어렵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관련회의를 직접 주도하는 등 뭔가 보여줄 것 같은 기세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힘을 보아온 이들의 생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호령을 하다고 해도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역대 대통령가운데 규제혁파를 내세우지 아니한 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파는 고사하고 또 다른 규제의 벽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규제는 곧 권력의 실체다. 규제라는 무기로 무장한 공무원들이 국민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규제가 없으면 공무원의 지위가 훨씬 낮아지는 셈이다. 그러니 규제라는 무기를 내려놓겠는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규제라는 권력수호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대통령은 5년만하고 나가면 그만이다. 재임 중 인기를 유지하다가 퇴임하면 성공적이다. 공무원은 거의 평생을 해야 하는 직업인이다. 재직하는 동안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면서 보내면 된다. 그러니 주어진 권한 외에 또 다른 권한(규제)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기 마련이다.

어떤 장관은 규제를 없애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과장이 장악한 부서를 아예 없애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래서 관련규제가 민간으로 이관되었다. 규제개혁의 성공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되씹어 보면 규제를 없앤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박 정권에 바라기는 규제개혁 한다고 소란만 피우다가 말 냥이면 처음부터 안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눈 밝은 국민의 힘으로 할 때까지 곪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겠다면 임기 끝까지 직접 챙겨야 한다. 성공한다면 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이 되고도 남음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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