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약탈 문정왕후 어보, 반환 협상 ‘급물살’

산업 / 황혜연 / 2013-07-15 11:11:34
LA주립박물관, 도난증거 제출 요구…일종의 요식행위

▲ 한국전쟁중 미군에 의해 도난돼 60년째 미국에 남아있는 문정왕후 어보 (사진=뉴시스)
[토요경제=황혜연 기자] 한국전쟁 중 미군에 의해 약탈된 조선 중종의 왕비 문정왕후 어보(御寶)가 60여년만에 돌아올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를 비롯한 경희대 김준혁 교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문정왕후 어보를 소장 중인 LA주립박물관(LACMA)을 방문해 어보 반환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선 11대 임금 중종의 두 번째 왕비인 문정왕후의 어보는 LA주립박물관이 지난 2000년 경매 시장에서 구입해 소장해왔다. 어보는 거북 모양 손잡이가 달린 금장 도장으로 높이 6.45㎝, 가로‧세로 각 10.1㎝로, 도장을 찍는 면에는 문정왕후의 존호인 ‘성열대왕대비지보(聖烈大王大妃之寶)’란 명문이 새겨져 있다.

어보는 조선 왕실에서 각종 궁중 의례 때 왕실의 상징으로 쓰던 도장으로 47개가 한국전쟁 때 미군 병사가 훔쳐간 것으로 추정된다.

47개 가운데 4개는 각종 절차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반환했지만 LA주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정왕후 어보를 뺀 나머지 42개의 행방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정왕후 어보 반환 촉구

복수 매체에 의하면 어보를 소장 중인 LA주립박물관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를 비롯한 한국과 미주 불교계의 반환 요청에 대해 “문정왕후 어보가 도난품이라는 관련 증거들을 제출해 달라”고 답신을 보내왔다.

지난 8일 김정광 미주한국불교문화원장은 “LA주립박물관이 최근 서한을 통해 자신들이 소장한 어보가 그동안 도난품이라는 것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면서 3개 항의 증거 자료들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혜문 스님은 김정광 회장과 공동명의로 LA주립박물관에 “문정왕후 어보를 비롯한 47개 어보들이 1950년 한국전쟁 중 미군에 의해 도난 돼 미국에 불법 반출된 과정을 기록한 아델리아 홀 레코드가 메릴랜드 국립문서보관소에 마이크로 필름으로 남아 있다”며 “국가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정왕후 어보를 하루 속히 한국 정부에 반환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와 관련, 혜문 스님은 국회에서 문정왕후 어보 반환 결의안을 주도한 안민석 의원, 김준혁 교수 등과 함께 11일 LA주립박물관을 방문, 환수 협의를 진행했다.

미국은 외국 문화재가 약탈이나 절도 등 불법 행위를 통해 입수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적극적으로 해당 국가가 반환하고 있다. 안 의원은 미국 병사들이 한국전쟁 중에 종묘에서 무단으로 어보 등을 훔쳐간 사실이 있다고 인정한 미국 국무부 보고서 사본을 전달했다.

또 김 교수는 즉석에서 어보 위에 붙어 있는 종이에 ‘육실대왕대비(六室大王大妃)’라고 적혀 있는 것이 문정왕후의 어보임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LA주립박물관측에 알렸다. 이 종이는 도난당하기 전에 종묘 관리인이 분류를 위해 붙여 놓은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공식 반환 요청 등 외교적 절차만 밟으면 문정왕후 어보는 반환될 공산이 아주 크다고 자신했다.


◇환수 협상 급물살

한편 복수매체들에 따르면 LA주립박물관은 스테픈 리틀 한중예술수석큐레이터 명의의 서한을 통해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어보 반환에 관한 협의를 한 적이 없으며 도난품이라는 정보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어보의 소유권 문제는 본 박물관 웹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소장 과정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었다.

이에 따라 LA주립박물관은 “어보가 한국전쟁 기간 중 도난당했다는 문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한 문서, 이와 관련한 아델리아홀 레코드의 사본 혹은 미 국무부의 증거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정왕후 어보가 금 또는 은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어보는 금제가 아니라 금동(gilt bronze)으로 만든 것”이라고 소개해 시선을 끌었다.

이번 서한에 대해 혜문 스님은 “LA주립박물관이 이 같은 공식 입장을 보인 것은 상당히 좋은 조짐”이라며 환수 문제가 잘 풀릴 것임을 시사했다. LA주립박물관이 일단 소장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은 문정왕후 어보가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며 도난 증거들의 제출 요청이 일종의 요식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미 혜문 스님은 LA주립박물관이 요청한 증거 자료들을 갖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입장도 안민석 의원 등 국회 결의안 등을 통해 사실상 천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11일 공식 면담을 통해 증거 자료들이 확인되며 환수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은 1943년 약탈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런던 선언’에 따라 약탈이 확인된 문화재들을 꾸준히 반환해왔다. 지난 5월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 중인 10세기 크메르 제국 석상 두 점을 약탈 문화재로 확인, 캄보디아 반환을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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