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난과 시련의 아시안컵
아시아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아시안컵에서 ‘아시아의 맹주’를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했다.
지난 2011년 카타르 대회까지 총 15번 펼쳐진 아시안컵에서 우리나라는 첫 대회였던 1956년부터 내리 2연패를 달성한 후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1960년 이후 54년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1988년 이후로는 결승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세 차례 정상에 오르며 우리나라를 추월했고 라이벌 일본은 4번이나 우승컵을 차지하며 아시아의 강자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가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던 1992년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최근 6번의 대회에서 4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21세기 아시아의 최강자로 큰 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시안컵에서 오랫동안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은 올림픽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인한 상대적인 비중 약화와 월드컵에서의 성과에 치중하며 아시안컵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탓도 있다.
특히 올림픽과 아시안컵이 같은 해에 열렸던 지난 2004년 대회까지는 A대표팀이 아닌 23세 이하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하는 올림픽에 더욱 정성을 쏟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시안컵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FIFA랭킹과 월드컵을 위해
우리나라는 지난 12월 18일 국제축구연맹(FIFA)애서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 69위를 차지했다. 두 달 째 69위에 머문 이 순위는 우리 대표팀의 역대 최하 순위다. 이란이 51위로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고, 일본은 54위로 우리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우리는 그동안 FIFA 순위에 대해 명목상의 순위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이는 FIFA가 주관하는 각종 대회에서 시드 배정과 관련해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이제는 간과할 수 없는 무게감을 갖게 됐다.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당장 이번에 열리는 아시안컵 조편성 당시 톱시드를 배정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AFC가 시드 배정 방식을 지난 대회 성적 기준에서 FIFA랭킹으로 바꾸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조 추첨 당시 우리나라는 FIFA랭킁 60위에 쳐져있었고, 우리나라보다 상위에 있던 이란(42위), 일본(48위), 우즈베키스탄(55위)이 개최국 호주와 함께 톱시드인 ‘포트1’을 배정받았다.
따라서 이러한 수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적으로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 추락 일로에 있는 FIFA 랭킹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큰 대회가 현실적으로 아시안컵이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 침체 탈출의 신호탄
우리나라 축구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꾸준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최초의 메달 획득의 쾌거를 2012년에 이룩했지만 A대표팀은 감독 교체와 관련해 골머리를 앓았고, 고심 끝에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던 ‘한국 축구의 영웅’ 홍명보 전 감독은 성적부진과 여론의 압박 속에 자진 사퇴의 길을 걸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어린 선수들이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만의 금메달을 수확했지만 대표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A대표팀의 부진은 여전한 근심거리였다.
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하고 전열 재정비에 나섰고, 공식적인 첫 대회가 이번 아시안컵이다. 대표팀의 명예 회복은 물론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이 처음으로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정상으로 가는 길이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어느새 월드컵 본선행은 물론 16강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 할 만큼 축구 대표팀에 기대하는 눈높이가 상향조정됐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당연히 우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승 외에는 어떤 결과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은 물론, 중동의 강호들, 그리고 개최국 호주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안컵 우승은 월드컵 16강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여기에 지난 월드컵에서도 논란이 됐던 최전방 공격수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을 하지 못했다. 스트라이커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던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체 선수를 선발하고 유럽파 등 해외파를 총동원하여 대회에 나서지만 화룡점정을 담당해야 할 최전방의 무게감은 또다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톱시드를 받지 못한 우리나라는 이번 조편성에서 개최국 호주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나머지 두 나라는 오만과 쿠웨이트다. 비록 오만과 쿠웨이트가 예전만은 못하다고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는 악몽과 같은 경기를 선사했던 팀들인 만큼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개최국 호주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호주는 특히 지난 월드컵에서 스페인, 네덜란드, 칠레와 함께 ‘죽음의 조’ 중 하나였던 B조에 편성되며 사실상 월드컵 보다 자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초점을 맞춰왔다. 자칫하다가는 우승은커녕 1992년 일본 대회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신중의 신중을 거듭하며 지난 12월 22일, 호주에 함께 갈 23명의 대표 명단을 발표한 슈틸리케 감독 또한 “세계 최강의 팀도 늘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아시안컵 우승이 보장되어 있는 상황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또한 “우승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현실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아시안컵에서 재도약을 꿈꾸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우리시간으로 1월 10일 오후 2시, 오만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새로운 희망 찾기에 나선다.
▲ 2014 AFC 호주 아시안컵 출전 한국 축구 대표팀 명단 (23명)
GK: 김승규(울산),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정성룡(수원)
DF: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곽태휘(알 힐랄), 김진수(호펜하임), 차두리(서울), 박주호(마인츠), 김주영(서울)
MF: 기성용(스완지), 이청용(볼튼), 손흥민(레버쿠젠), 한국영(카타르SC), 남태희(레퀴야), 구자철(마인츠), 김민우(사간 도스), 한교원(전북), 이명주(알 아인)
FW: 조영철(카타르SC), 이근호(엘자이시), 이정협(상주)
▲ 2015 호주 아시안컵 조편성
A조 : 호주, 대한민국, 오만, 쿠웨이트
B조 : 우즈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북한
C조 :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 카타르, 바레인
D조 : 일본, 요르단. 이라크, 팔레스타인
▲ 한국 축구 대표팀 조별예선 경기 일정
1월 10일 (토) 14:00 대한민국 VS 오만
1월 13일 (화) 16:00 대한민국 VS 쿠웨이트
1월 17일 (토) 18:00 대한민국 VS 호주
사진 : 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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