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한화가 상장폐지 실질심사에서 제외되면서 ‘대기업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거래소는 "한화의 내부거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시정한다면 경영 상태나 재무구조에서 상장폐지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일각에선 ‘시장안정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대기업 봐주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코스닥기업의 경우라면 이런 조치는 있을 수 도 없다며 꼬집었다.
지난 3일 한화는 김승연 회장 및 남영선 사장 등 한화 임원들의 횡령ㆍ배임 혐의를 공시하면서 한화 주식은 6일부터 거래 정지될 예정이었지만, 한국거래소는 5일 회의를 열어 한화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화는 내부거래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 투명경영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한화 및 한화 그룹주도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거래소는 지난 3일 한화의 주식거래를 6일부터 정지하겠다고 공시한 뒤 곧바로 회의를 열어 이를 해제했다. 금요일 밤 거래를 정지하고, 일요일에 이를 해제한 것이다. 이를 위해 담당자들은 4일부터 밤샘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다음 거래일 이전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시켜 거래를 정상화한 사례는 처음이다.
당초 한화는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 제80조에 따라 횡령.배임사실 공시 등으로 주식거래 정지가 정지됐다.
대규모 법인은 자기자본의 2.5% 이상의 횡령을 공시해야 하며 이와 동시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돼 있다.
거래소측은 이에 대해 시장안정성과 투자자보호를 위해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가총액 기준 10위권에 해당하는 한화가 상장폐지 심사에 돌입할 경우 주가급락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대외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한화측이 신속하게 대응에 나선 점도 한 작용했다. 이날 한화는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내부거래위원회 운영 강화, 준법지원인 제도 운영, 감사위원회 기능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투명경영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조재두 상무는 "시장의 안정성과 투자자보호를 위해 신속하게 결정했다"며 "한화측에서 신속하게 자료 등을 협조해줘서 그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화, 경영투명성 제고방안 의결
한화는 지난 6일 긴급 의사회를 개최하고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유가증권 공시사항 관련 진행경과 및 이행계획서 실시계획(안)'을 의결했다.
남영선 한화 대표이사는 이날 한화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한국거래소의 결정에 대해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투명한 기업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남 대표이사는 “이번 공시내용 중 혐의에 관한 건은 2011년 1월29일 검찰이 일방적으로 기소한 내용을 공시한 것”이라며 “관련 피고인들은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고 최종 법원 판결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2월23일에 1심 판결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화 주주 모두에게 서신(전보)을 발송해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와 함께 진행경과와 향후 일정을 설명했다.
또 그룹과 ㈜한화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최대한 동원해 "조속한 거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한화는 내부거래위원회 운영과 관련,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승인을 담당하는 의사결정기구의 위원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보완키로 했다.
한화는 우선 내부거래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 중 1인으로 선임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또 자산·유가증권·자산거래 부의 규정을 기존 100억원에서 30억으로, 상품용역거래는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강화했다.
이사회의 관리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채무보증, 채무인수·처분과 관련된 회부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감사위원회에 공시 감독기능을 추가하고 감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또 공시업무를 맡는 조직을 확대하고 역량강화를 추진해 공시관리도 엄격히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이 같은 이행계획 외에도 추가로 타법인 출자·처분 및 고정자산 취득·처분 요건에 대해서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시켜 의결했다.
준법지원인제도 도입 및 공시업무 조직 역량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대표이사가 주관해 여건을 조성한 뒤 조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한화는 “오늘 이사회로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경영투명성 제고방안 중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안은 결의 시행했다”며 “추가적인 사항 등도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최대한 빨리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서정욱 공시부장은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에서 제외한 배경으로 “상장폐지를 하는 요건 중에 자본잠식, 매출감소 등이 있는데 시간을 주다보면 기업들은 우회적으로 다 비켜간다”며 “매출도 조정할 수 있고, 감자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부실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보니까 상장폐지와 실질심사는 형식적인 요건이 아니고 기업이 앞으로 계속 영업이 가능한 기업인가, 재무상태가 양호한가 CEO 등의 경영 품위는 어떤가 등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는 상장폐지 실질심사에서 제외된 게 아니라 들어갔다가 나온 걸로 봐야한다”며 “재무구조와 경영의 투명성 등을 누가 봐도 상폐 대상이 될 수 없는 기업이다”고 확신했다.
◇대기업 특혜 논란 “시장안정성 명분으로 봐주기”
일각에서는 지나친 대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장폐지 대상에 오르게 돼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시장안정성' 등의 모호한 개념을 잣대로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한화는 개장하자마자 주가가 7%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폭이 완화됐으며 ‘한화 그룹주’들도 하락폭이 줄어들면서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오너 리스크'에 부딪친 한화가 비교적 선방한 것은 거래소가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에서 제외키로 하면서 투자자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시장에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다.
증권가 관계자는 "정부와 거래소가 상장폐지까지 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준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번 거래정지 논란은 단기간이고 제한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에 대해 단기적으로 전망을 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사례와의 형평성도 논란이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는 작년 배임·횡령 건으로 상장폐지 된 기업이 13개다. 자기자본 대비 26%에 달하는 대규모 횡령을 공시한 마니커의 경우 지난해 5월 곧바로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실질심사 절차를 밟았다. 마니커 주식은 한달 이후에나 정상 거래됐다.
보해양조도 지난해 8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받았다. 역시 곧바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으며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간 뒤 10월께 매매가 정상화됐다.
증권가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이라면 횡령 배임 보도가 나오고 의혹만 제기되도 곧바로 거래정지된다"며 "사실상 시장안정성을 내세워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서정욱 공시부장은 “마니카와 보해양조의 경영상황은 훨씬 한화에 못미쳤고 단기수익이 모두 적자였다”며 “한화는 건강검진을 했는데 내부적으로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 “내부거래 시스템만 치료를 하면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마니카 등의 기업들은 건강검진(상폐실질심사)를 진행해 봤더니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이런 경우에는 입원치료(거래정지)를 받아야하는거 아닌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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