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금융사업 "세상에 이런일이"

산업1 / 장해리 / 2008-05-13 09:18:45
8년 경력 직원, 위조 신분증 확인 없이 보험금 12억 지급

회계부실 계약자들 37억 떠넘기고 PF 대출로 200억 손실
미보고 발생손해액 132억 초과 산정, 부당 취득
실적 부풀리기 급급, 수억대 가공계약 체결.해지


우체국 금융 사업의 운영 상태가 부실하다 못해 엉망진창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보험 직원의 부주의로 12억원의 보험사기를 당하는가 하면 금융자금을 운용하면서 리스크 관리 없이 투자해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우정사업본부와 체신청 등에 대해 '우체국 금융사업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직원의 징계와 금융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시정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의 방만 경영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체국예금.보험법상 취급이 금지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채권 확보 없이 자금을 대출해 214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무늬만 금융업일 뿐 전문성이 결여된 모습이다.


특히 우체국 보험은 부실한 상품과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손해를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어 일반 소비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위조신분증 확인 없이 12억 보험사기


우체국 보험 직원이 보험사기단에 속아 12억여원의 우체국 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체신청 관하 모 우체국 계리원 A씨는 2006년 8월과 9월 사기범이 위조된 고액 가입자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서 고객 B의 한아름연금보험 등 15건이 보험을 해약을 신청하자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12억1803만원의 보험금을 그대로 지급했다.


A씨는 보험 해약금이 500만원 이상이면 책임자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3건을 자신이 책임자 카드를 임의로 사용해 승인하는 등 정당한 결재 절차를 밟지 않았고, 책임자가 서울체신청의 확인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로 돌아오자 C씨를 '정당한 권리자'로 보고하는 등 나머지 해약 건도 별다른 의심 없이 결재하게 했다.


감사원은 "위조한 신분증은 주소지 번지가 누락돼 있고, 아파트를 @로 잘못 표기했으며 위조 방지 홀로그램 상태가 허술해 위조 주민등록증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체국보험 업무만 8년 이상 취급하는 등 관련 업무에 능숙함에도 불구 정당 권리자 확인을 소홀히 하는 등 업무를 안일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보험 해약환급금 12억1803만원을 사기범에게 지급함으로써 우체국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렸으며 2007년 6월 현재까지도 3억1300만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회계처리 엉망, 일반 계약자 피해


이와 함께 우정사업본부는 보험회계 처리 부정으로 계약자 배당 35억원을 부당 취득한 사실도 적발됐다.


지난 2004~2006년 동안 보험계약자에게 배당치 않은 배당준비금을 자사 이익금으로 귀속시키는 방법 등으로 계약자 지분을 가로챈 것. 자연히 계약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본 셈이다.


또한 유.무배당보험손익이 엄격히 구분계리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5년과 2006년 정보통신부 직원을 대상으로 판매한 무배당보험인 '우체국 단체보장보험'에서 발생한 손실 52억7700만원을 유배당 일반보험의 손익으로 처리, 손실과 전혀 관계없는 일반 보험 계약자들에게 36억9000여만원 가량을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우정사업본부는 2006년 말 보험금 지급준비금의 일부인 미보고 발생손해액을 적정규모인 556억원 가량보다 132억원 많이 산정?적립했고 이로 인해 보험계약자의 배당액은 그만큼 줄었다.


이 뿐이 아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 자금운용팀은 2004~2007년 39개 주가연계파생상품에 투자, 1억5000만원의 평가손실과 18억원의 기회손실을 입었다. 또 원자재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장외 사모파생상품에 투자해 18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특히 우체국예금.보험법상 취급이 금지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채권 확보 없이 자금을 대출, 원금 165억원과 이자 49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전문 보험모집인 실적 부풀리기


보험모집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임의로 보험계약(가공계약)을 하거나 피보험자 서면 동의 없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례로 빈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6년 서울 및 부산체신청 소속 보험관리사 26명은 업무실적 제고를 위해 자신을 계약자로 하고 친인척을 피보험자로 하는 등 보험가입금액 210억원 655건의 가공계약을 체결한 뒤 6개월 이내에 모두 해약?실효시켰다.


또 4개 우체국소속 보험관리사 21명은 서로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225건의 가공계약을 체결한 뒤 2개월 이내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로 지정할 수 없는 국외이주자(이민자)를 동의 없이 피보험자로 지정해 4건(보험가입금액 1억6000만원)의 가공계약을 체결해 1개월 이내 계약을 해지하거나 실효시켰다.


이외에도 요건이 미달되는 체신관서 직원을 보험모집인으로 등록하게 하는 등 보험 모집 관련 교육?평가가 부실하게 수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모집인은 우체국에서 20시간 이상 보험관련 교육을 받고 평가시험에 합격하거나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서 보험관련 교육을 5일 이상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2006년 새로 등록한 21명의 보험모집인 중 14명이 교육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또한 1개월 가량 교육을 받고 생명보험협회의 설계사시험에 합격해야 보험설계사 자격을 부여하는 민영보험사에 비해 우체국보험관리사는 자체평가와 5일간 보험개요에 대한 단기교육만 실시하는 등 전문성이 결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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