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재벌총수의 엇갈린 ‘명암’

오피니언 / 한정훈 / 2006-06-02 00:00:00
삼성 이 회장 대외 활동 본격화…현대차 정회장 보석도 힘들어

'마하 경영론' 펼치는 삼성…신차 출시마저 미룬 현대
검찰, 이건희 회장 부자 소환 예고해 향후 행보 관심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회의’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회장의 행보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귀국이후 그룹 공식행사에조차 참석하지 않던 이 회장은 청와대 방문이후, 지난 1일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공개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한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해 오던 이 회장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회의’에 참석한데 이어, 다시 지난 1일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호암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삼성 공화국’ 논란이 일어난 후, 1년 만에 그룹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공식 활동을 재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 본인은 “활동을 재개한 것이 아니고 늘상 있는 일”이라며 몸을 낮췄다.

반면, 1034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현대차 및 계열사에 4000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업무상 배임)로 구속기소중인 정몽구 회장은 이 회장과 다른 의미에서 몸을 낮추고 있다.

“활동을 재개한 것이 아니고 통상하던 일입니다. 삼성에 관심을 보여주고 계신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이 회장은 한명숙 국무총리와 전윤철 감사원장, 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 등 정부 고위관료와 정운찬 서울대 총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요시카와 히로유키 일본국제상 이사장과 주한 외교사절을 비롯해 각계 인사 600여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아울러 지난달 29일에는 처남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활동을 재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듯 최근 이 회장은 내부적으로도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삼성전자를 비롯 금융, 독립 계열사 사장단 회의 등을 이 회장 본인이 잇달아 주재하면서 겸손과 혁신에 대해 강조했다. 아울러 “비행기가 마하 3의 속도로 날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것처럼 전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마하경영론’을 크게 부각시켰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조만간 전경련 회장단 모임을 주선할 예정이다.

이번 모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계 1위의 삼성그룹 총수가 직접 모임을 주선한다면, 최근 고유가와 경제불안, 총수 구속 등으로 총체적 침체 상태에 빠진 재계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전망을 내놨다.

‘MK살리기’ 탄원쇄도…검찰은 ‘NO’

“물의를 일으키고 여러 가지 법적 문제를 저질러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주시면 잘못을 바로잡고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동오)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재계서열 2위의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선처를 바랬다.

정 회장은 모두진술에서 미리 준비해온 쪽지를 꺼내 “그동안 앞만 보고 사업을 하다 보니, 미처 뒤를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이번 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자세를 낮춰 말했다.

아울러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단이 정 회장의 보석 허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피고(정 회장)가 거액의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하고 이를 개인채무 변제나 경영판단 잘못에 따른 손실책임으로 계열사에 전가한 것과 가족 자금 등의 용도로 사용해 배임과 횡령을 저지른 사실이 명백하다”며 “1034억원대의 비자금 용처를 수사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보석이 허가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단은 “정 회장의 공백으로 그룹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고령인데다 지병까지 겹쳐 검찰수사가 일단락돼도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구속기소 된 현대차는 신차출시 지연 등으로 내수와 수출 모두 전년 동월과 대비해 감소한 상태.

한편 정 회장의 조기석방을 희망하는 각계각층의 탄원서들이 헤아릴 수 없을만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측은 최근 트럭 1~2대 분량의 탄원서 및 진정서를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탄원서들은 대부분 “정 회장의 그간 업적을 고려해 조기석방해달라”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재계 서열 2위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총수 입장치고는 다소 안쓰럽기까지 하다”는 반응이다.

끝나지 않은 재계의 먹구름

재계 1, 2위 총수의 입장이 상반된 가운데 지난달 31일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건희 회장의 활동재개와 더불어 선거기간동안 주춤했던 검찰의 움직임도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각종 대형사건들이 몰려 있고, 그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은터라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그리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건은 당사자는 물론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동안 삼성물산 현명관 전 회장이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탓에 검찰은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검찰이 현 전 회장 소환조사를 실시하기로 공언했기에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를 시작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 거물급 소환 일정도 점차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또한, 현대차 비자금 용처 수사도 진행 중이어서 곧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현대차에서 4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16억2000만원을 박상배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투자본부장, 하재욱 주무팀장 등 3명에게 전달했고, 이외에 19억4000여만원을 채권은행 등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제공했다고 재판에서 진술한바 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이밖에도 론스타의 147억원 탈세 혐의 사건도 빠르게 전개중이다.

한편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불어닥칠 검찰의 수사망이 고유가와 경제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재계를 다시 한 번 강타할 것”이라며, “선거로 인해 잠시 맑았던 하늘에 먹장구름이 끼는 형세”라고 전망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정훈
한정훈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한정훈 입니다.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