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물류정책 기업 허리 휜다

산업1 / 김준성 / 2006-09-25 00:00:00
표준화.공동물류 걸림돌...정부 미온적 태도

국내 물류기업 ‘빅4’인 현대택배.한진.대한통운.CJ GLS의 선두다툼 속에 신세계.금호아시아나.동부건설.동원.STX 등의 참여 조짐으로 물류체계에 혼선이 빚어질 전망이다.

사실 국내물류를 이끌어 가는 주체가 몇몇의 대기업체이기는 하지만 다른 산업과 달리 대기업체 조차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물류산업이다.

차세대 통신기술인 4G ‘와이브로’의 독자 개발로 세계 통신역사를 다시 썼던 삼성전자 조차 물류부서는 외주업체에 맡긴 상태다.

기업과 정부는 과거 수십년 동안 물류를 제조업이나 유통업의 보조 산업 정도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물류비 급등으로 기업의 수익까지 좀먹는 골치덩이로 부각하자 기업과 정부는 이제서야 물류개선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신물류기법으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M사의 박 대표는 "현재 국내 물류비는 선진국에 비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높은 물류비는 수송 지체, 보관시설의 낙후, 하역의 전 근대화 등에 따른 것으로 무엇보다 물류정보화시스템 부족에 따른 수송상의 어려움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통개발연구원이 발표한 ‘2002년 국가물류비 산정결과(최근자료)’에 따르면 2002년 국내물류비는 총 87조320억원으로 2001년의 80조7920억원 보다 7.7% 증가했다.

국내 물류활동의 총 부가가치는 48조 9950억원으로 총 물류비 중 56.3%에 해당하고 2001년 대비 7.8% 증가한 수치이다.

교통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총 부가가치의 증가는 국내 물류활동이 국가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는 동북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일본과 IT강국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선 한국 그리고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등 3개국이 동북아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3개국은 동북아 물류 허브를 놓고 각축전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경제가 급팽창하면서 오는 2010년 동북아 지역이 전세계 물동량의 30% 이상을 소화할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전망에 3국 연안은 벌써부터 출렁이고 있다.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는 곧 세계 물류 중심 국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8월 전남 광양에 미래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의 모습이 드러났다.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위원회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국정과제 회의에서 ‘동북아 물류중심 로드맵(이정표)’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2.4%에 달하는 국내 물류비를 2010년에는 물류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 근접한 수준인 10%로 낮춰 잡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오는 2011년까지 부산신항과 광양항에 각각 30선석과 33선석을 추가개발키로 했으며 수도권의 관문항인 인천항은 52선석을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동북아 물류중심 로드맵’이 발표된 지 3년 가까이 지났지만 정부의 발표와 현실은 적지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류 전문가는 “중국의 경제발전이 너무 빨리 성장한 것도 한 요인이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정부의 자세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했다.

물류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만 해도 부처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어떤 사안에 대해 합의점을 찾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있다.

일본 운수성(省) 화물유통기획과 관계자는 “솔직히 성(省)간의 의견조정이 가장 큰 문제다”며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면 정부조직의 재개편 대상이 돼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있어 조용히 지나가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 번 작업에 착수하면 업계와 관련단체 등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정책에 반영하는 자세가 우리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진지하다.

또 관련 성(省)의 실무과장들은 1주일에 두세차례 만나 의견개진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

민간연구소들도 물류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등 물류개혁을 위해 민·관이 공동전선을 적극 편다.

그 때문에 민·관이 서로 입장은 다르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 비슷하다.

부처에 따라, 기업에 따라, 만나는 사람마다 말이 제각각인 우리와는 조금 다른 면이다.

일본 관리들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기업에 방해되는 존재가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앞다퉈 표준화 작업에 만전을 기해왔다.

한편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들어 화물유통촉진법을 만들고 물류단지조성과 표준화작업 등 나름대로 종합적 대책을 강구했다.

일본의 규제장벽과는 달리 차량 1대만 있어도 운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규제완화 조치를 적극 취했다.

한국물류협회 관계자는 “규제완화로 시장진입의 문턱이 낮아졌다”며 “영세업체의 경우 고가물품의 취급시 파손에 대한 담보력 부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동북아 물류중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비효율적 물류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따라 ‘종합물류업 인증’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올 6월에는 현대택배와 한진, 대한통운 등 국내 10개 기업에게 종합물류업의 인증을 부여했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건교부와 해양수산부, 산자부 등의 관계부처간 의견이 다르고 조합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다보니 제도실행이 흐지부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물류협회 관계자는 “물류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서비스인 만큼 사회공공성의 성격을 띄고 이런 특성으로 인해 약간의 정부개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교부 관계자는 “사회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떠맡으려고 하기 보다 시장경쟁의 논리대로 풀어가는 것이 좋다”며 오히려 담담한 입장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2003년에 발표한 ‘동북아 물류중심 로드맵’은 왜 안그려지는 것일까.

물류 전문가는 “한 마디로 로드맵을 추진하는 정부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집념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성의가 부족하고 잦은 인사 때문에 일의 연속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의 담당국장이 3년동안 세 번이나 교체된 것을 비롯해 물류 관련 부처의 담당 과장이나 사무관 등이 수시로 바뀌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건교부는 “자가물류시스템이 문제다”며 오히려 기업측을 역공격했다.

하지만 공공성의 물류분야를 기업측에 떠미는 것은 정부의 책임회피이다.

사실 기업측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북아 물류를 이야기하는 시점에서도 아직까지 물류에 대한 경영자들의 인식이 낮아 물류개선을 통한 원가절감의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택배시장이 지난 5년간 연평균 13.7%의 고성장에 따라 기업측으로서는 물류합리화 목표인 표준화와 공동물류에 대한 관심 보다 우선 사업에 뛰어들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고 있다.

최근 신세계.금호아시아나.동부건설.동원.STX 등의 시장참여 조짐이 바로 그것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은 “물류비 증가의 대부분이 수송비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수송비 증가는 화물운송실적과 화물차량의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고 말했다.

또 연구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대량소송체계의 정비 및 철도·해운 등 대체수단 제고가 수송효율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내수업체와 유통업체는 정부가 마련해준 단지에 유통센터를 세워놓고 있지만 시설의 공동이용으로 비용절감에 애쓰는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물류에 대한 민간연구소들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분위기도 아직 조성돼 있지 않다 .

정부와 기업 모두 시설확충 등 하드웨어 부문에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고 전문인력의 양성과 제도개선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는 투자가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국내 물류인력 수급실태 결과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56.9%가 인력부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이 부족한 이유로는 물류업 편견 26.3%, 잦은 인력이동 26.3%, 물류인력 교육 및 양성기관 부족은 18.4% 등의 순으로 드러났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물류인력의 교육 및 양성기관 부족(31.2%)’을 주된 이유로 꼽은 반면 중소기업들은 ‘잦은 인력이동(36.4%)’을 지적했다.

물류의 낙후는 관련 지식의 부족이 원인으로 들어남에 따라 최근 정부는 채용시 기업에 물류 관련 전문자격증 소지자를 일정 비율 확보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는 도로가 막혀 운송비가 급등하고 인건비 부담이 경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표준화를 통한 공동물류와 물류합리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물류협회 관계자는 “생산 원가나 품질 경쟁으로 원가를 절감하는데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물류는 투자 대비 개선효과도 그만큼 커 성과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미개척분야였던 물류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해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여

기업수익의 손실을 막아야 하는 시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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