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종결짓게 됐다"
그간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강경하게 반대하던 수출입은행노조가 돌연 양천식 행장의 출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인사 반대 투쟁이 헤프닝으로 일단락 됐다.
지난 11일 첫 출근길에 나선 양 행장은 수출입은행 노조의 '출근 저지'에 부딪혀 발길을 돌렸고, 당일 오후 2시에 또 한 차례 출근을 시도했으나 오전 내내 인원을 교체하면서까지 본사 입구를 장악한 노조의 완강한 반대에 막혀, 또 다시 임시 사무처로 향해야 했다.
때문에 이날 오전 거행할 예정이었던 13대 수출입은행장 취임식도 열리지 못했다.그러나 다음날 양 행장의 취임식이 거행됐다.
노조의 주장에 따라 △국책은행 구조조정에 적극 대응 △자본금 확충 △내부 커뮤니케이션 강화 △영업력 확대 △개정 통해 수출입은행의 영역을 확실해 해야 한다는 등의 약속을 취임사에 포함시키는 것이 취임 수락조건이었다.
이로써 몇 개월간 끌어온 논란이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이는 전날 김동섭 금융산업노조 사무처장이 "이번 싸움이 흐지부지되면 양천식 행장 밑에서 3년 동안 조합원들은 핍박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힘찬 투쟁을 당부했던 것과도 이종현 수출입은행지부 부위원장이 "당분간 출근저지 투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데서 급선회한 결과다.
이처럼 노조가 급변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애당초 이번 투쟁 자체가 정당성을 얻기도, 장기화하기에도 무리가 따랐다는 데 이견이 없다. 수출입은행 내부에서조차 노조가 양 행장을 거부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번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결정한 인사 사안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노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시도했던 것이라 장기전으로 가기에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장의 출근이 저지된 당일 수출입은행 관계자 역시 "노조에서는 어차피 이를 길게 끌수 없다"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은행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전해졌던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위원장은 "직원들 간에 '이 정도면 됐다'는 말이 전해져 왔다"면서 "또 직원들이 은행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을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그 동안 수출입은행 노조는 행내 사내승진을 통한 신임 행장선임을 청와대ㆍ재경부 등에 요구해 왔으나, 금감위 부위원장 출신인 양 행장이 선임되자 이후부터 '낙하산 반대' 투쟁을 전개해 왔다.
특히 이영희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이 12개 국책금융기관 낙하산반대 공동투쟁본부의 위원장이기도 해, 앞으로 이어질 국책금융기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노조의 대응을 예상할 수 있다는 데서 관심이 모아졌었다.
한편, 양 행장은 취임사에서 "학연ㆍ지연을 탈피한 역량과 성과 중심의 공평무사한 인사정책을 더욱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노조 집행부와 정기적ㆍ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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