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트칼럼]'正義의 권력', '實用의 자본'

오피니언 / 김덕헌 / 2006-09-15 00:00:00

정부와 재벌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 폐지 문제를 놓고 신경전이 뜨겁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온 '재벌개혁 프로그램'이 경기 활성화의 대세에 밀려 출총제 폐지론이 무르익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그 어느 정권보다 재벌개혁의 의지가 강했지만 '권력보다 강한 자본(재벌)의 논리'에 밀려 재벌개혁 프로그램이 퇴색되고 있다.사실 2002년 정권 초기의 노 대통령 발언을 보면 재벌의 모순적 지배구조는 하루 아침에 가라치울 것 처럼 강력해 보였다.

노 대통령은 2002년 한 시민단체 토론회에 참석해 "재벌의 '황제경영'은 개선돼야 한다"며 "순환출자나 상호출자를 통해 소수의 지분으로 전 계열사를 부당하게 장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순환출자나 상호출자를 통한 선단식 소유구조는 비효율적인 투자를 만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부당한 내부거래를 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며 "이대로는 한국이 결코 국제적 신인도가 올라갈 수 없고 경쟁력도 높일 수 없다"고 개혁의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재벌들의 부당한 행태에 맞서 노동운동을 해온 대통령 다운 발언이다.
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의지를 가진 노 대통령도 집권 3년만에 의지가 꺾기고 있다. 기세 등등했던 노무현 정권도 재벌들의 '투자 축소' 방침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재벌들은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맞서 투자를 축소했고 이는 고용 및 실업 문제로 이어졌다. 결국 경제는 3년내내 위축됐으며 이로 인한 여파는 서민경제에 큰 고통을 안겼다. 이는 잇단 선거 참패와 대통령 지지율 최저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재벌정책의 선회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대체 법률을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얼마나 여론의 지지를 얻을 지 의문이다. 특히 현 정부는 출총제를 폐지해도 순환출자 규제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재벌들로 부터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

재벌들은 순환출자 규제는 '재벌해체'를 의미하는 만큼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벌들은 만약 정부가 출총제와 순환출자 규제를 풀어 준다면 27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며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정의(正義)의 권력이 경제를 볼모로 잡은 '실용(實用)의 자본' 앞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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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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