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可타否타'] R&D투자엔 시도 때도 따로 없다

이중배의 可타否타 / 이중배 / 2022-04-28 16:33:24

▲ 이중배 산업에디터

 

이건희 삼성 회장은 생전에 '불황 때 투자하라'는 말을 특별히 강조했다. 남들이 투자를 꺼리는 불황기에 과감히 선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경기 회복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연구개발(R&D)투자 역시 그랬다. 경기가 어려울때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한때 세계 IT산업을 주도했던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굴지의 업체들을 제치고 삼성이 글로벌기업으로 우뚝서게된 것도 R&D부문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크게 한몫 했음을 부인키 어렵다.


삼성이 극일(克日)에 성공한 핵심 배경중 하나가 R&D란 얘기다. 일본도 이를 인정한다. 불황기에 투자를 늘리는 삼성과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 반도체, LCD, 가전 등 여러 분야에서 삼성에 역전 당한 근본 이유라는게 일본의 자체 분석이다.


삼성의 이러한 투자 패턴은 전통이 됐다. 코로나 대란으로 글로벌경기가 깊은 수렁에 빠졌음에도 삼성은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기업경영분석 전문연구소인 CEO스코어가 작년 국내 500대기업 R&D투자를 조사 및 분석한 결과 삼성의 과감한 R&D투자 기조는 코로나도 막지 못했다. 전혀 흔들리지 않고 투자를 늘려가며 다른기업을 압도했다.


매년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설비투자와 R&D투자가 경쟁기업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려 삼성만의 '초격차'를 만들었낸 셈이다. 불황때 투자하는 삼성식 투자론은 이제 글로벌기업 '투자의 법칙'이 됐다.


삼성과 달리 국내 많은 기업은 여전히 불황 때 투자에 인색하다. 사실 삼성을 빼면 국내 R&D투자 규모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R&D 비중이 낮다. 글로벌 R&D투자 기준 500대 기업에 포함된 기업수 면에서 대한민국은 중국에 크게 못미치는게 현실이다.


불황 때 투자를 늘릴만한 결단력이 부족한 탓일게다. 혹시라도 투자가 잘못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고질적인 한국형 기업풍토 탓이기도 하다. 'R&D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신념을 직접 실행에 옮길 도전 의식이 부족한 것도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3년째 지속 중인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 이전과는 판이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제시스템 자체가 팬데믹 전후에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경제의 국수주의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희소가치가 높은 자원, 소재를 무기화하는 '자원패권주의'가 팽창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일본, 인도네시아 등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자원강국들이 마구 갑질을 해댄다.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으로선 난감한 입장이다.


우리가 기댈 것은 오로지 기술개발 뿐이다. 현실적으로 공격적이고 과감한 R&D투자 없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한경쟁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끊임없이 기술개발이 수반돼야한다. 실패를 두려워 투자에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불황 때 투자하라'는 격언도 이젠 옛말이 됐다. 투자 시점을 가릴만큼 세계 경제가 녹록하지 않다. 신중한 투자가 능사는 아니다. 자칫하다 개발 타이밍을 잃으면 졸지에 삼류기업으로 밀려나는게 최근 초광속시대의 글로벌경제 흐름이다. 실적의 호불호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R&D투자기조를 유지해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적어도 글로벌기업이란 목표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신중한 투자를 고려해 시간을 지체하기 보다, 실패해도 계속 시도해야 세계적인 기술, 세계적인 상품을 창출해낼 수 있다. R&D투자의 적기는 이제 호황, 불황이 따로 없는 시대가 됐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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